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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하는 생활 -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오래 좋아하는 법
모호연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
곧 나는 1인 가구의 삶을 시작한다. (간헐적 2인 가구!) 그러다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살림살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 '뭐가 고장 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다.
이런 나와 대비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은 바로 '공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걸 좋아하는데, 가장 갖고 싶은 건 전동드릴이 포함된 공구박스다. 뚝딱뚝딱 물건을 고치는 자취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다.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1인 가구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책과 함께 온 웰컴티를 마시면서 한결 리프레시되는 느낌도 들었다. 책을 읽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고,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조금이나마 생겼다.
그리고 이내 반성부터 시작했다.
나는 물건 사기를 잘하고, 물건 버리기도 잘한다. 사야 할 이유를 잘 만들고, 버려야 할 이유도 잘 만든다. 버렸으니 채워야 한다는 이유로 또 인터넷을 뒤적거린다. 자주 가지고 다니거나 아껴 쓰는 물건 외에, 다른 물건에 애정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그저 '소비'의 관점에서 물건의 쓸모를 생각해 왔구나 싶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찾아온 건 이런 반성과 깨달음이었다.
알맹상점에 종종 가고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때 봤던 수리상점 '곰손'에서 우산을 고치는 사람이 모호연 작가님이었다니!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그저 곰손을 알고만 있었을 뿐인데,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그러다 어느새 선망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물건을 수리해 온 일화도, 수리를 요청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모두 흥미로웠다. 수리할 때 유용한 꿀팁까지 담겨 있어 파트별로 분류해 인덱스도 붙여 놓았다. 나에게 바이블이 될 것만 같은 책! (물론 여기 나온 대로 모든 수리를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확신도 없지만.)
책을 읽던 중, 낡아서 다 헤진 벨트를 버리려고 들고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벨트 버클을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분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고 있다 보면 언젠가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예전에 다이소에서 샀던 드라이버를 꺼냈다. 공구박스는 고가라 당장 살 수 없으니 드라이버라도 구비해 놓자는 마음으로 샀던 것이었다.
나사 홈에 드라이버를 맞춰 끼우고 살살 돌려 빼냈다. 버클까지 분리한 다음 벨트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무척 간단한 일이었지만, 드라이버를 이용해 무언가를 분리하고 재료를 얻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기후와 환경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 생활을 이루는 물건들을 단순히 사고 버리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싶어졌다. 물건과 함께 보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기 위해, 또 내 방식대로 내 마음에 들게 만들기 위해 간단한 수리부터 도전해 보고 싶다.
4부의 「수리의 세계는 두려움 너머에 있다」라는 문장이 계속 아른거린다.
언젠가 고장 난 우산을 들고 직접 곰손에 찾아가 모호연 작가님을 만나고 싶다. 궁금한 것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수리에 대해서도 배워 보고 싶다. 전작인 『반려공구』도 찾아 읽어 봐야겠다.
든든한 언니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