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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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지만 푹 빠져 읽고 쓴 주관적 후기!

“전화 한 통을 끝내고 수화기를 내려놓기 무섭게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정신없어 보이는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단번에 끌어들인다. 어떤 이유로 전화가 쉼 없이 울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스토킹 가해자로부터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경찰의 미숙한 부실 대응. 이를 폭로한 언론, 그리고 해당 언론사 소속이자 경찰서 출입 기자의 죽음.

경찰서 홍보과 사무직원으로 근무하는 이즈미는 친구인 기자 지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고자, 뿌연 안개 속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안 보인다, 안 보인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온통 벚꽃이다.”

알고 보니 안개가 아니었다. 그건 안개가 아니라 벚꽃이었다. 책의 앞뒤 표지를 보며 이즈미로 추정되는 여성과 모자를 쓴 사람의 그림자, 그리고 벚꽃과 함께 자리한 여러 사람의 그림자는 누구일지 궁금했다. 책 속에 감춰진 진실을 마주했을 때는 입이 떡 벌어졌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게 만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의 형체로 인해 이야기에 푹 빠졌다.

책을 읽으며 발견한 또 하나의 재미는 책 옆면의 디자인이다. 페이지 옆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블라인드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가려져 있던 진실이 한 겹씩 드러나는 이야기의 흐름을 책의 디자인으로도 표현한 것 같아 흥미로웠다.

이즈미라는 캐릭터 또한 매력적이다. 경찰서라는 공간에서 일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사무직 직원이다 보니 지카의 죽음을 파헤치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거대한 조직에 맞서 끊임없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진실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이제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신뢰’였다. 이즈미에게 신뢰를 회복하고 싶었던 지카, 조직의 존재를 신뢰했던 사람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한 뒤 무너져 내린 신뢰까지.

거대한 ‘국가’라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한 명의 ‘개인’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란 무엇이어야 할까. 책을 덮고도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남았다.

스토킹과 공적 시스템 등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소재에서 오는 현실감 역시 이 책에 빠져드는 데 한몫한다.

유즈키 유코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지역 생활정보지에서 취재 기자로 일하다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소설이라기보다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품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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