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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 DNA 속에 남겨진 인류의 이주, 질병 그리고 치열한 전투의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밥 / 2020년 7월
평점 :

호모 에렉투스란 최초로 직립보행을 한 인류로, 우리가 학생 시절 때 최초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다음 세대의 인류라고 배우던 인류이다.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족보행을 할 때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고, 이에 의해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뇌의 지능이 더 발달했다고 한다.
제목에 의하면 호모 에렉투스라는 인류의 유전자를 탐구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으나, 초반에 매우 흥미로운 일화를 시작으로 호모 에렉투스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인류의 조상들을 다룬다. 여기서 말한 초반의 매우 흥미로운 일화란, 시베리아의 데니소바라는 동굴에서 발견한 작은 뼛조각에서 시작한다.

인체의 형상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아주 작은 손가락 한 마디의 뼛조각에서 시작한 흥미로운 연구는 이 뼛조각의 주인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인류가 아닌, 새로운 인류였다는 것이다. 혹시 이 뼛조각의 주인이 호모 에렉투스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이 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이었을까? 호모 에렉투스는 인류의 직계 조상 탄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류였기 때문에 그렇게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데니소바인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시대를 살았던 인류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사이의 혼혈 1세대로 밝혀졌다. "데니"라는 이름이 붙은 이 뼛조각의 주인이 새로운 인류라는 점도 놀랍지만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사이의 혼혈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서로 수정이 가능했다는 것은 어쨌든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종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 시대에 다른 명칭이나 같은 종의 인류 또한 함께 존재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퍼진 인류는 그만큼 DNA의 다양성을 높였다. 피부색, 푸른 눈동자 등이 그 증거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감에 따라 햇빛의 강도, 돌연변이의 유무 등에 인해 지금과 같은 다양한 특징을 띠게 된 것이다.
"데니"에 이어서 또 흥미로웠던 것은 "말타의 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2만 4천 년 전 몽골 북부 바이칼 지역에 거주했던 이 소년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유럽과 아메리카 원주민이 공유하는 유전자와 동아시아인의 유전자를 함께 가지고 있어 이 세대를 연결하는 하나의 매듭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인은 인류 다양성의 시작점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아시아, 아메리카 순서대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순서에 의하면 유럽인은 아메리카인보다 아시아인과 유전적으로 유사성이 더 높아야 하지만 실제로 연구한 결과는 이와는 반대로 아메리카인과 유전적으로 유사성이 더 높았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말타의 소년"이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류의 대이동은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고 생존의 확률을 높였지만 이 대이동에는 인류만이 아니라 그 인류가 가진 균도 함께 이동함에 따라 인류의 역사에 큰 사건을 기록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페스트균의 확산이 있는데, 조금 특이한 점은 페스트균은 인류의 대이동 이전에 이미 기승을 부렸다는 설과 대이동 직후 인간이 아닌 말을 타고 퍼졌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페스트균의 일종이 바로 흑사병이고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1/3 이상을 죽게 만든 대재앙이라고 여겨진다.
지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많은 인류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으며, 과거 한때의 병이라고 여겨졌던 흑사병은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함에 따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뉴스도 뜨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의 멸종된 인류라고 여겨왔던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은 아직도 현생 인류에 아주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동굴 속의 작은 뼛조각의 발견을 통한 새로운 인류의 존재 발견을 시작으로 유전적 변화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질병의 역사, 생존을 위한 전투의 역사, 그리고 점차 진화하면서 서로 소통하기 위한 언어의 역사까지... 인류의 이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인류가 이주하며 닿은 모든 곳에 두고 온 흔적들을 탐구한다. 주변의 많은 것들에 대한 역사도 중요하지만 우리 인간, 본인의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의 역사 또한 매우 흥미로우며,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