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과거를 지배하는 현상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영역 중하나가 바로 스포츠 경기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 즉시 모든 것은 과거‘가 되고 그 과거는 현재에 의해 재평가된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과 미국의 경기가 있었다. 경기 중에 한국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을용 선수가 키커로 나섰지만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처음 키커로 나섰던 선수는 이천수였다. 이천수 선수가 찰 것처럼 나와서 공을 만지다가 결국 이을용선수가 차게 되었는데 실패한 것이었다. 그 경기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한 나는 관중석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후견지명 심리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