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잔 - 행복한 부자가 되는 첫 그림책!
토니 타운슬리.마크 세인트 저메인 글, 에이프릴 윌리 그림, 김경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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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부자가 되는 첫 경제 그림책- 세 개의 잔을 만나다.




우리의 경제생활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사이버 머니’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소비에 가장 큰 비중이 있지 않을까 싶다. 구매욕을 높이는 것들을 보면 견물생심이겠거니 하면서도, 몇날 며칠 밤을 고민하면서 어느새 내 수중에 들어와 있는 것이 바로 그 예가 된다 하겠다.


이 책은 서울 COEX에서 열린 국제 도서전에서 구매해온 책이다.

위와 같은 소비 생활을 하는 나에게 반성도 할 겸, 읽기 쉬운 동화책이라는 점에서 나를 현혹시켰다.



8번째 생일날, ‘나’는 아빠로부터 3개의 잔을 선물 받는다. ‘나누기’ 잔, ‘모으기’ 잔, ‘쓰기’ 잔이 바로 그것이다.

모아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살 수 있는 쓰기 잔을 통해 내가 사고 싶어 하는 야구 글러브를 사고,

모으기 잔에서 넘치게 모은 돈을 은행에 맡겨 예금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나누기 잔에 모인 돈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하는 모습이 나타나있다.

그리고 ‘나’는 자라 어느덧 아빠가 되고, 자신의 자녀에게도 이 3개의 잔을 선물해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다소 빠른 전개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림체는 마치 미국의 옛 만화 영화를 보는 듯한 평온함을 주었고,

띠지에서도 설명되었듯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 또한 이 동화책을 통해 지금까지의 소비 생활을 반성하고,

‘나누기 잔’과 ‘모으기 잔’을 잘 활용하여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동화책 속에도 어른들을 위한 지혜가 쏙쏙 숨어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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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철학 지도 - 나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밑그림
김선희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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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의 여덟 단어와 기꺼이 견줄만한 책.




박웅현 님의 저서 <여덟 단어>가 Amor fati(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문장을 뇌리에 각인시켰다면, 이 책은 ‘소요’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릴 듯하다. 차분하게 커피와 함께 책상에 앉아서 보기에도 좋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장 안락할 수 있는 잠들기 전 침대 맡에서 누워서 읽기에도 좋다는 뜻과 상통한다. 짙은 파랑색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에, 내용이 어렵진 않을까 고민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울만큼 의외로 술술 읽히는 터에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가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유토피아, 젊음, 비극, 희극, 집(으로의 회귀), 우정, 자기 고백, 공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여덟 개의 철학적인 경로를 통해 내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하고 책을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책의 구성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주제와 관련된 저자의 질문이 그 시작이 되고, 동양과 서양의 철학가 또는 인물,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인상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진다. 최근의 사회적 문제들을 그 동안의 이야기들과 함께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 또한 저자의 역할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들이 각각의 챕터에서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아서 공감에 가는 부분도 많았고 가장 인상에 남았다.



유토피아가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기 위한 철학적 제안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 (p.47)


청년은 만족해서 멈추지 않지만, 방향 없는 새로움에 종속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할 것(p.78)


비극과 고통은 나에게만 속하지 않는다는 것(p.111)


위의 비극에서 그 궁극에 오는 것이 웃음이라는 것(p.147)


"어떻게 이동의 낭만성을 자각하고 부유를 벗어날 것인가?“(p.183)


지금 우리에게 우정의 공동체가 필요하다면, 모든 이들이 서로 친구로 여겨야만 우리가 부딪힌 이 수많은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p. 215)


고유한 존재로서의 자기를 부정하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찍는 것 (p.252)

 (이것의 답은 이 책을 구매할 예비 독자에게 맡깁니다.)


교육은 한 사람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주려는 온 사회의 노력이어야 합니다.(p.285)




여러 비극과 희극들이 교차하는 일상의 삶 속에서 왜, 누구와 함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그러면서도 유토피아를 어떻게 꿈꾸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늘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었던 것일까?



철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이 바로 이런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방향으로만 사고하는 것이 아닌, 한 가지 문제를 다양한 사람들의 견해에서 그것들을 동조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더욱 정신적인 사상의 토대를 다져갈 수 있는 작업이 가능한 유일한 학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업난으로 인해 인문학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요즘,

힘든 방황의 길에서 시련을 이겨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딱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또한 다양한 문학 작품들 속에서의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도서에 대한 소개를 통해 가지 치기식 독서를 유발해주는 흥미진진한 철학책이다.




철학 지도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본 나의 삶에서, 나는 다시 제2의 나를 만나보는 귀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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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에 피어난 꿈 - 전주 한지 이야기 한국의 재발견 1
한영미 지음, 강화경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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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한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한지는 우리의 종이(물론, 시작은 중국이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은 우리나라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라는 점!)

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백지(百紙)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아흔 아홉 번의 종이 만드는 과정을 거친 후에

마지막 한 번은 종이를 직접 사용하면서 거치게 되는 '쓰는 사람의 손'을 거친다는, 횟수로만 100번을 거친다는 뜻이라네요.

지금의 우리가 조금 더 편하게, 빨리, 선명하게 글자를 보고자 자주 사용하는 백지(白紙)와는 감히 그 정성을 비할 데 없어 보입니다.


(그림) 목차 사진




이 책은 전주의 한지골이라고도 불리는 흑석골이라는 실제 지명에, 가상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탄생되었습니다.

한지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아 정성스레 만들어오던 딱(닥나무의 된발음) 할아버지가

'조선왕조실록'의 한지를 재현하기 위한 공모전을 준비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 어찌나 그 그림이 생생하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주는 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보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지호는 우리네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검색한 자료나, 선생님께서 내준 과제를 카메라로 찍어서 '쓰는 불편함' 대신, '빠름'을 선택하는 그런 모습이요.

그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들과 아주 짧은 순간에 그것을 공유하는 우리들이지요.



지호가 아는 동생인 창식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다가 어머니에게 휴대폰을 뺏기지만,

전통문화 체험 보고서를 계기로 딱 할아버지의 닥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과정을 지호와 함께 휴대폰에 담게 되지요.

형인 지호는 조금 더 현명하게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SNS를 활용하여 그 과정을 함께 공유하여 '흑석골의 기자'가 됩니다.



한편, 지호의 아버지는 시외로 나가 일을 합니다. 한지 만드는 과정이 고됨을 알기에 차라리 편한 다른 직업을 택하려고 떠난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지호의 아버지가 딱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오고, 할아버지(자신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한지를 만들게 됩니다.




"우리나라 닥종이가 그렇게 질기다는 거여.

 천 년을 넘게 글자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으니께.

 이를테면 그것도 기록이재.

 긍게 한지가 묻힐 뻔한 우리 역사를 찾아 준 셈이랑게."



딱 할아버지의 말씀이 참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태초의 우리네 삶이 시작된 이래로 기록의 역사는 함께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문자가 생겨났고, 그것을 어딘가에는, 무엇을 사용하여 꼭 기록해두어야 할 수단이 필요해진 것이겠지요.

그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태어날 수 밖에 없는 종이에 대한 딱 할아버지의 한지 사랑이 잔뜩 묻어났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손자와의 세대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내 그 모습을 퍽 귀여워하여 세대 간의 통합도 보여주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사진으로 담아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 또한 하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랫만에 우리의 옛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세대가 아무리 흘러도 변함없이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음을 강조하는 작가의 말에서 더욱 의미있는 독서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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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 판 세계문학의 숲 41
크누트 함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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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색해버린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할리우드 판 영화에서는 종종 진정한 사랑(True love)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을 묻는 영화들이 있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사랑해’라는 세 글자가 왜 이다지도 가벼워졌을까.


목신 판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자연에서 노니고 악기를 좋아했던, 숲과 들 그리고 양떼나 양치기들의 신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밤길의 어둠과 적막이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이처럼 전조 증상이 없이 갑작스레 느끼게 되는 공포를 판 때문인 것으로 미루어 Panic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의 표지는 노르웨이의 어느 자작나무 숲을 옮겨온 듯 평온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주고, 그 사이를 자유롭게 노닐던 판의 모습이 어떻게 묘사될 것인지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목신 판>과 <빅토리아>라는 두 개의 소설을 한데 모아놓았다.


<목신 판>에서는 자연에서 수렵을 통해 생활하는 토마스 글린 중위가 등장한다. 그의 과거는 철저히 배제된 채, 회고록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차분히 건네는 듯 진행된다. 어느 비 내리는 날 한 소녀를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마주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점차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지만, 그마저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충동적인 인물이다.


한편, <빅토리아>에서는 두 남녀가 신분적 차이에 의하여 엇갈린 사랑을 하게 되는 상황이 그려진다. 요하네스는 물레방앗간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공주라고 여기는 성주의 딸 빅토리아에게 연모의 감정을 키우지만, 그녀는 정작 다른 이와 약혼을 한다. 뒤늦게 자신의 신분적 차이를 깨닫지만, 그럼에도 요하네스는 시인이 되어 생활한다.

 

사랑은 한 남자를 망칠 수도 있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고, 그에게 다시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 사랑은 변덕스러워서,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내일 밤은 낯선 이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또 한편으로는 불변성을 갖고 있어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봉인처럼 굳게 지속될 수도 있고, 죽음의 순간까지 꺼지지 않고 타오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p.230)


두 소설 모두 남자가 주인공으로 서술되는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목신 판>에서 등장했던 글린이 <빅토리아>에 등장하고 있어, 이 두 소설을 잘 엮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 두 소설과 크누트 함순에 대한 소개를 담은 번역가의 해설 부분을 통해 작가의 생애와 함께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굶주림>이라는 책을 알게 되어, 그를 몰랐던 나에게는 또 다른 책을 소개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일전에 북유럽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50개의 키워드를 읽는 북유럽 이야기(김민주 저)>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통해서도 북유럽에 대해 한발짝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나유리 외 공저)>라는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오롯이 동경해보았다.


이번에 만난 크누트 함순의 <목신 판>을 통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북유럽에 대한 이미지가 꼭 그의 문체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사뭇 반가웠다. 그의 손에서 묘사되는 문장 하나하나는 간결하면서도 그 속에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 배어있었다. 비록 2차 세계대전에서 굳건하게 독일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뒤늦게 재평가된 작가이지만,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고도 일컬어지는 만큼 그가 이루어낸 문학사적인 생애는 헤르만 헤세를 비롯해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실로 위대하다 할 수 있겠다.


사랑이라는 것은 인류가 진화하고 성장해오면서 삶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랑을 하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의 관계가 복잡·미묘하기에 온전히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정의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기에 많은 작가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랑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다만, 자신의 방랑자적인 생애에서 묻어난 고독한 존재에 대한 묘사,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 그리고 사랑에 대해 풀어놓는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통해 퇴색해버린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또 다른 명작이라는 <굶주림(Sult)>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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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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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의 <순간의 꽃>이라는 시집에서 유명해진 시의 한 구절을 담아보았다. 찰나의 시간을 포착하고 담아낸 순간을 ‘꽃’으로 표현했다니,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냈던 시집이었다.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는 고은의 시집보다는 조금 두께가 있었던 책으로, 일본의 대표문학인 하이쿠에 대한 소개와 주석들을 한데 모아놓은 하이쿠 모음집이다.


 

여러 책들을 만났던 올해에는 나만의 책읽기 버릇이 길러진 것 같다. 겉표지에서 숨겨진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책의 겉표지를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고, 작가 또는 옮긴이의 말이 뒤쪽에 나와 있는 경우에는 가끔은 그것을 먼저 보고 책을 읽는 영악함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이쿠라는 것이 5·7·5의 전형적인 일본의 시이며, 또한 세계인들이 자신들의 모국어로 즐긴다는 것을 몰랐던 나에게는, 이 책의 뒷부분을 먼저 읽어보고 본문을 읽는 것이, 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첫 장을 살펴보면, 하이쿠를 읽기 전에 작가가 우리에게 일러두고 싶은 부분을 적어놓은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하이쿠가 한 줄로 끝나는 시라서 이것을 국내에 소개하려는 의도가 퇴색될 수 있고, 읽는 사람에 따라 충분히 그 맛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필히 밝혀두고 싶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쿠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 작가와 독자 간의 논란이 있었다는 것을 들었다.)




 

꽃 피기 전에는 기대하는 이도 없는 진달래여라. (하리쓰. p.189)

백 개의 열매 덩굴 한 줄기의 마음으로부터. (지요니, p.239)

한데 모여서 옅은 빛을 내는 제비 꽃. (스이하. p.434)




 

위에 적은 3개의 하이쿠 외에도, 지나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은 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묘사, 풍경에 대한 묘사 등등 참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했다. 별도의 그림과 설명이 없어도 한 줄이라는 경제성 때문이었을까, 읽는 족족 바로바로 연상되는 터라 상상하는 즐거움으로 기뻤다. 만약, 일본어를 조금 더 잘하는 사람의 입장이었더라면, 직접 읽어보고 음수율을 음미하면서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이것은 류시화 님의 첫 하이쿠 번역 서적이 아니었음에 놀랐다. 첫 서적의 발간을 통해 국내에서 하이쿠의 인기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그 감정을 오롯이 전달해주기 위해 직접 이 곳 저 곳을 누볐다는 부분에서는 이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만큼 제대로 음미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고 밝히는 부분에서는 십분 공감을 했다. 또한, 천천히 마음에 가는 대로 하이쿠를 만나고자 할 때에는 맨 뒷부분의 하이쿠 출전을 통해 나의 감정에 따라 끌리는 시를 골라, 하이쿠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남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하나 있다. 하이쿠를 지은 사람 각각에 따라 목차 분류를 해두면서 그 사람에 대한 소개를 한 쪽 정도 보태놓았다면, 읽으면서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전문가나 전공자의 입장이 아닌 사람이 읽더라도, 류시화 님의 친절한 해설을 따라 읽다보면 한 문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지가 잘 드러났던 것 같아 좋았다.


시를 한 문장에 담아 표현했던 것이 신선했다. (3장 6구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네 고시조도 이렇게 엮인다면 참 의미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 나는 ‘일본어를 공부해보고 싶다.’라는 의지가 생겼고, 하이쿠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싶다.



 

내게는

이 한 권의 책이

올라갈 때 보지 못했지만, 내려갈 때야 비로소 만나게 된 책이라고 생각된,

그래서

참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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