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지에 피어난 꿈 - 전주 한지 이야기 ㅣ 한국의 재발견 1
한영미 지음, 강화경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7월
평점 :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한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한지는 우리의 종이(물론, 시작은 중국이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은 우리나라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라는 점!)
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백지(百紙)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아흔 아홉 번의 종이 만드는 과정을 거친 후에
마지막 한 번은 종이를 직접 사용하면서 거치게 되는 '쓰는 사람의 손'을 거친다는, 횟수로만 100번을 거친다는 뜻이라네요.
지금의 우리가 조금 더 편하게, 빨리, 선명하게 글자를 보고자 자주 사용하는 백지(白紙)와는 감히 그 정성을 비할 데 없어 보입니다.

(그림) 목차 사진
이 책은 전주의 한지골이라고도 불리는 흑석골이라는 실제 지명에, 가상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탄생되었습니다.
한지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아 정성스레 만들어오던 딱(닥나무의 된발음) 할아버지가
'조선왕조실록'의 한지를 재현하기 위한 공모전을 준비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 어찌나 그 그림이 생생하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주는 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보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지호는 우리네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검색한 자료나, 선생님께서 내준 과제를 카메라로 찍어서 '쓰는 불편함' 대신, '빠름'을 선택하는 그런 모습이요.
그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들과 아주 짧은 순간에 그것을 공유하는 우리들이지요.
지호가 아는 동생인 창식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다가 어머니에게 휴대폰을 뺏기지만,
전통문화 체험 보고서를 계기로 딱 할아버지의 닥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과정을 지호와 함께 휴대폰에 담게 되지요.
형인 지호는 조금 더 현명하게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SNS를 활용하여 그 과정을 함께 공유하여 '흑석골의 기자'가 됩니다.
한편, 지호의 아버지는 시외로 나가 일을 합니다. 한지 만드는 과정이 고됨을 알기에 차라리 편한 다른 직업을 택하려고 떠난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지호의 아버지가 딱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오고, 할아버지(자신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한지를 만들게 됩니다.
"우리나라 닥종이가 그렇게 질기다는 거여.
천 년을 넘게 글자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으니께.
이를테면 그것도 기록이재.
긍게 한지가 묻힐 뻔한 우리 역사를 찾아 준 셈이랑게."
딱 할아버지의 말씀이 참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태초의 우리네 삶이 시작된 이래로 기록의 역사는 함께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문자가 생겨났고, 그것을 어딘가에는, 무엇을 사용하여 꼭 기록해두어야 할 수단이 필요해진 것이겠지요.
그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태어날 수 밖에 없는 종이에 대한 딱 할아버지의 한지 사랑이 잔뜩 묻어났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손자와의 세대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내 그 모습을 퍽 귀여워하여 세대 간의 통합도 보여주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사진으로 담아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 또한 하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랫만에 우리의 옛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세대가 아무리 흘러도 변함없이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음을 강조하는 작가의 말에서 더욱 의미있는 독서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