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철학 지도 - 나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밑그림
김선희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박웅현의 여덟 단어와 기꺼이 견줄만한 책.




박웅현 님의 저서 <여덟 단어>가 Amor fati(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문장을 뇌리에 각인시켰다면, 이 책은 ‘소요’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릴 듯하다. 차분하게 커피와 함께 책상에 앉아서 보기에도 좋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장 안락할 수 있는 잠들기 전 침대 맡에서 누워서 읽기에도 좋다는 뜻과 상통한다. 짙은 파랑색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에, 내용이 어렵진 않을까 고민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울만큼 의외로 술술 읽히는 터에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가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유토피아, 젊음, 비극, 희극, 집(으로의 회귀), 우정, 자기 고백, 공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여덟 개의 철학적인 경로를 통해 내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하고 책을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책의 구성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주제와 관련된 저자의 질문이 그 시작이 되고, 동양과 서양의 철학가 또는 인물,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인상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진다. 최근의 사회적 문제들을 그 동안의 이야기들과 함께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 또한 저자의 역할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들이 각각의 챕터에서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인 것 같아서 공감에 가는 부분도 많았고 가장 인상에 남았다.



유토피아가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기 위한 철학적 제안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 (p.47)


청년은 만족해서 멈추지 않지만, 방향 없는 새로움에 종속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할 것(p.78)


비극과 고통은 나에게만 속하지 않는다는 것(p.111)


위의 비극에서 그 궁극에 오는 것이 웃음이라는 것(p.147)


"어떻게 이동의 낭만성을 자각하고 부유를 벗어날 것인가?“(p.183)


지금 우리에게 우정의 공동체가 필요하다면, 모든 이들이 서로 친구로 여겨야만 우리가 부딪힌 이 수많은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p. 215)


고유한 존재로서의 자기를 부정하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찍는 것 (p.252)

 (이것의 답은 이 책을 구매할 예비 독자에게 맡깁니다.)


교육은 한 사람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주려는 온 사회의 노력이어야 합니다.(p.285)




여러 비극과 희극들이 교차하는 일상의 삶 속에서 왜, 누구와 함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그러면서도 유토피아를 어떻게 꿈꾸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늘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었던 것일까?



철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이 바로 이런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방향으로만 사고하는 것이 아닌, 한 가지 문제를 다양한 사람들의 견해에서 그것들을 동조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더욱 정신적인 사상의 토대를 다져갈 수 있는 작업이 가능한 유일한 학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업난으로 인해 인문학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요즘,

힘든 방황의 길에서 시련을 이겨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딱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또한 다양한 문학 작품들 속에서의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도서에 대한 소개를 통해 가지 치기식 독서를 유발해주는 흥미진진한 철학책이다.




철학 지도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본 나의 삶에서, 나는 다시 제2의 나를 만나보는 귀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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