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생각에 대한 생각이야기 3
신혜은 글, 이철민 그림, 유헌식 기획.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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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는 이름 한 글자를 변형시킨 애칭으로 불리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에는 동명의 백화점이 생기는 바람에 그 별명으로도 한동안 불렸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친구들이 내 이름을 가지고 놀렸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하교하면서 놀려대던 짖궃은 남자아이들의 놀림을 듣고 있노라면, 그 어린 마음에 집에 와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 이름을 지어오셨던 할아버지의 뜻을 들은 어느 날 이후, 나는 내 이름을 소중히 여기게 된 것 같다. 이 그림책은 바로, '내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이름들에는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바라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 아이는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싶은, 이를테면, 순수하고 예쁘게 자라거나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등의 포부(?)가 담겨 있다. 이렇게 지어진 이름은 대대손손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어 전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패가망신을 시켰다는 명목으로 저평가되어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가슴 아픈 짝사랑을 경험하는 누군가에게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아리는 경험을 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고 그 이름을 부르며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그림책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페이지마다 담긴 의미는 지금까지 간략하게 적은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읽는 독자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알맞게 담겨있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느 학교의 창틀에 나란히 놓인 '이름이 적힌 화분'이 오롯이 햇빛을 맞는 그림에

"물 주고 거름 주면 쑥쑥 자라나겠지? 햇빛도 듬뿍. 언젠가 탐스런 열매가 열릴 거야!"라고 적힌 글귀였다.

나의 성장과정 또한 씨앗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꽃이 피는 과정이었듯,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에 빗대어 철학적으로 잘 표현해낸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과 철학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였고, 무엇보다 자기 이름이 언제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면서 이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신혜은 님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면서 느꼈던 엄마의 품 같은 따뜻한 문체를 다시금 만나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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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해달 뿌삐
빅토리아 마일즈 글, 엘리자베스 가트 그림, 윤나래 옮김 / 다섯수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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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은 강이나 호수 등의 민물에서 물고기나 개구리 등을 잡아먹으며 생활하는 동물이고,

해달은 바다에서 살며 주로 물 위에서 누워 바위나 돌을 사용해서 조개와 소라를 깨먹으며 생활한다고 합니다.

(아마 저처럼 수달과 해달의 차이를 헛갈렸을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돋보이는 책의 맨 첫 장, "해달은 바다에서 사는 동물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기' 해달이기에, 엄마 해달이 바다 깊은 곳까지 잠수해서 잡아온 성게를 먹는 귀여운 모습으로 저희들과 만나게 됩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바다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바닷말을 둘둘 말고 있는 모습이, 생동감이 살아있는 그림체로 그려져 있어,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함을 줍니다. 또한 그 모습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아기 해달이 물 위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지를 우리 말의 다양한 의태어들을 사용하여 표현해주고 있어 더욱 그렇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 속 깊이 들어간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에 우는 뿌삐,

배고플 것이 눈에 선해 서둘러 물 위로 올라와 뿌삐에게 성게를 나누어주는 엄마 해달.


뿌삐가 앞으로 멋진 해달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은 이유가 뭘까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맨 뒷표지에 있는 문장이 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의 내용은 더없이 포근한 엄마 해달과 아기 해달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아쉬웠던 점은 '누리과정 > 생명체와 자연환경 알아보기'와 교과 연계가 된다고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아들이 읽기에는 동화 뒷 부분에 이어지는 부록의 설명들이-분명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만-다소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활용할 교사들이나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 부모들을 위한 독후 연계 활동들을 제시해주었다면 더욱 좋은 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뿌삐와 엄마 해달의 이야기가 제3자의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방식은 그 특유의 포근한 느낌을 배로 늘려주었지만, 역시나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인간 스스로를 위해, 또 함께 생활하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이야기와 부록 자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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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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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브루투스여,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우리 자신에게 있다네.

-줄리어스 시저 中 시저가 브루투스에게




위의 문장을 사전에 알고 접한 이 책의 제목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였다. 제목에서부터 묘한 이질감을 주는 것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당장 펼쳐들었다.



이 책은 한 커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자주인공인 헤이즐은 산소탱크에 의지하고 있는 씩씩한 16세 소녀이며 남자주인공인 어거스터스는 골육종으로 인해 자신의 한쪽 다리를 절단해 의족을 착용하는, 소위 뇌까지 섹시한 인물이다. 이 둘은 암 환자들끼리 만나 암(癌)타스틱-Fantastic의 재미난 번역이었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다.



둘의 풋풋한 사랑은 인터넷 소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주었고, 어거스터스의 메타폴을 음미하며 읽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헤이즐이 감명 깊게 읽은 <장엄한 고뇌>의 저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소원권을 쓰는 거스(어거스터스의 애칭)였고, 그런 거스에게 더욱 커진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헤이즐이었다.



건강하지 못한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자를 만나러 가기 위한 네덜란드 행은 시작부터 난관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의지로 만나러 간 저자는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실망감을 가득 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여비서의 도움으로 안나 프랭크가 살던 집에 방문하게 되고, 그들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거스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신세가 되고 헤이즐은 그의 대한 연민의 감정과 사랑이 더욱 커진다. 결국 거스는 헤이즐보다 먼저 세상을 뜨고 그를 위한 형식적인 경어들이 가득한 추모사를 읊고, 거스의 마지막 소원을 알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그들의 이야기가 종결된다.



개인적으로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과정에서 ‘장애인’이 아닌 ‘장애자(者’, 이전에는 놈 자라는 뉘앙스로 지금은 쓰이지 않는.)‘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몰입에 방해를 받았다. 안암으로 인해 맹인이 되어버린 아이작과, G튜브를 끼는 어거스터스 등 다양한 장애인들(혹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정확한 어휘 선정이 잘못된 점이 아쉽다.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死). 짧은 소설에서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삶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넘쳐나는 은유, 상징들이 참 좋았다. 결국에는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제목에서 조금이나마 우주의 욕구가 우리의 영혼불멸의 삶에 대한 욕구보다 조금 더 큰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우주의 욕구와 나의 삶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매일매일의 주어진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에 더해 그들의 삶과 가족 구성원들의 삶에도 부족하나마 가슴 깊이 공감해볼 수 있었던 실로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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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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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page씩 끊어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Juste Avant le Bonheur(행복의 직전에). 불어로 된 이 책의 원제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과연 그 행복의 직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 지 기분 좋은 호기심이 들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3살난 아이(뤼도빅, 그의 애칭은 룰루)의 엄마인 20세의 줄리이다. 아버지가 없이 자라는 아이를 위해 계산원으로 일을 하는 악착스러운 엄마다. 머저리 같은 자신의 고용주 샤송을 '머저리 샤송 놈'이라고 부르는 그녀는, 자신의 계산대에서 돈을 몰래 빼내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면서도 고용주에게 당하기만 한다. 괜스레 자신의 비굴한 모습에 서글퍼져 계산대에서 기계적인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때 저울에서 가격표를 붙이고 오지 않은 한 남성을 만난다. 그의 이름은 폴-그녀에게는 할아버지 뻘로 여겨지는-이다.



그녀의 모습에 연민을 느껴서였을까, 폴은 그녀에게 프랑스 서부의 한 휴양지를 가자고 제안한다. 그의 제안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무턱대고 따라간다. 자신의 휴가에 대체 의사를 구해놓은 후에 떠나는 제롬과, 그의 아들 룰루와 함께. 그들의 여정에서는 참으로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았고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돈독해진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하고, 줄리의 아들이 큰 상해를 입고 너무나도 이른 나이에 그녀 곁을 떠난다.



처음의 100page에서는 그들의 다소 개방적인 사고과 작가의 유머에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면, 

200~300page를 읽으면서는 줄리의 짙은 모성애를,

마지막 400page까지 읽으면서는 룰루를 가슴에 품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그녀의 한층 성장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이 작가의 모습을 줄리에게 투영시켜 묘사되는 만큼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고, 최근에 알게 된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가 떠올라 더욱 숨죽여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사람을 만나게 되는 우연 또한 가벼이 여길 인연이 하나도 없다는 것, 기적을 바라면서도 그 기적이 기대를 저버릴 수도 있다는 것, 치유를 통해 자신의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모습들까지 인생에 대해서 이토록 다양하게 다룬 소설이 있었을까 싶다. 또한 뒤로 갈수록 곱씹어볼 문장들이 많아서 좋았다. 



"행복해지는 데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답니다. 정말 아주 조금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지요." (p.109)


룰루의 물리치료를 위해 줄리가 물리치료사에게 남긴 장문의 가슴아린 편지. (p.244-248)


"운명을 거역해봤자 소용없다. 운명이 길을 닦으면 우리는 이 길을 걷든가 걷지 않든가 고민하기도 하지만, 만일 운명의 발자국을 따라 걷지 않으면 금세 길을 잃고 만다." (p.275)



우리 모두 기적을 바랐던 일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 우리 앞에 놓인 운명에 순응했어야만 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운명에 순응하면서 개개인에게 남겨진 상흔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던 것을 몸소 증명해보인 작가의 자전적인 스토리텔링이었기에 처음 그녀를 만나본 나도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 이야기였다. 가을의 초입에 이 책을 만나보면 참 좋을 듯.    



"아랍 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요.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수도 있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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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
레오나르도 콜레티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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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물리, 그 공통 분모는 결국 우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음을.




명화가 물리가 만난다? 이 교묘한 조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겁부터 났다. 명화는 명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전문적인 또는 예술적인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그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참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 그림이나 서양의 명화 모두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우리의 삶을 그리고 있었고, 물리는 어쩌면 그것들의 기초 소양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여러 화가들의 그림 한 폭에 담겨있는 의미를 여러 가지 구도를 바탕으로 세세하게 독자들에게 이해시켜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대체적으로 그 작품에서 파생되어지는 여러 물리학적인 개념들을 여자 친구인 프란체스카에게 설명해주는 방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전형적인 문과 취향인 나에게 거부감 없는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었다.(프란체스카의 입장에 가끔 공감을 하기도 하면서^^)



명화 한 점에서 우주와 에너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들, 역학 등등의 개념들을 파생시키고 있어서 읽기에는 다소 버거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대화에서 이 책이 지향하고 있는 바를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었다.



“물리학자는 현실의 어떤 한 측면을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공식을 찾는 거야.” (p.129)



“우리는 바로 우리가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믿으면서 살아가지만, 그 인생 바깥에는, 아니 그 안에서도 마찬가지겠지,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천의 얼굴을 지닌 이 에너지란 물질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굴러가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 같아.” (p.161)



(남자친구의 이야기에 가끔 동조하며 듣고만 있던 프란체스카의 첫 의미 있는 발화)

“예술도 시간에 관해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아니야. 이 걸작들은 전부 특정한 시대에 태어났어. 하지만 전부 영원하다고 볼 수 있는 예술 작품들이거든. 시간의 한계와 세대라는 한계를 극복한 거지. (이하 생략), 불변하는 무엇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거지.”(p.239)



"우리 역시 세상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결국에는 같은 걸 찾는 것 아니겠어? 찾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우리들의 관점은 어쩔 수 없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절대적인 걸 찾는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거야.“(p.240)



나는 특히 위의 프란체스카의 2개의 문장에 공감했다.

그 이유는, 그림이라는 것이 화가 저마다의 다른 화풍을 자랑하고 있는 것처럼, 그것을 과거의 그려진 시점에만 초점을 두어 감상을 하는 것은 올바른 명화 감상법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뒤이어 이어진 문장에서는 사람들 저마다 자신의 삶에 대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이전에 읽었던 <8개의 철학지도>가 문과생이 철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제대로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는 물리에 관심이 있는 이과생들이 명화를 통해 딱딱한 물리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을 성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작가들은 이야기꾼이다. 저마다의 이야기 보따리가 다르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누구나 어려울 수 있는 물리를 명화와 함께 연결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충분히 격려를 해줄만 한 것 같다. 게다가 익숙한 이름의 화가들 뿐만 아니라 처음 들어보는 화가들의 작품도 소개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예술 접근 영역이 확대되었을 뿐더러, 지루하고 따분하다고만 물리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 번역자의 이력이 참 독특하다. 자신의 전공과도 동떨어져있다고도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다양성’과 ‘상호 이해’라는 두 개의 가치로 작가와 번역자의 의도가 잘 버무려진 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이 두 개의 가치가 현대의 ‘지구촌’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글로벌한 사회에서도 충분히 강조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결국 우리의 ‘삶’을 과학(물리)이라는 소재를 빌려 그려내고 있다고 내게 말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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