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친애하는 브루투스여,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우리 자신에게 있다네.

-줄리어스 시저 中 시저가 브루투스에게




위의 문장을 사전에 알고 접한 이 책의 제목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였다. 제목에서부터 묘한 이질감을 주는 것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당장 펼쳐들었다.



이 책은 한 커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자주인공인 헤이즐은 산소탱크에 의지하고 있는 씩씩한 16세 소녀이며 남자주인공인 어거스터스는 골육종으로 인해 자신의 한쪽 다리를 절단해 의족을 착용하는, 소위 뇌까지 섹시한 인물이다. 이 둘은 암 환자들끼리 만나 암(癌)타스틱-Fantastic의 재미난 번역이었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다.



둘의 풋풋한 사랑은 인터넷 소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주었고, 어거스터스의 메타폴을 음미하며 읽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헤이즐이 감명 깊게 읽은 <장엄한 고뇌>의 저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소원권을 쓰는 거스(어거스터스의 애칭)였고, 그런 거스에게 더욱 커진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헤이즐이었다.



건강하지 못한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자를 만나러 가기 위한 네덜란드 행은 시작부터 난관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의지로 만나러 간 저자는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실망감을 가득 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여비서의 도움으로 안나 프랭크가 살던 집에 방문하게 되고, 그들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거스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신세가 되고 헤이즐은 그의 대한 연민의 감정과 사랑이 더욱 커진다. 결국 거스는 헤이즐보다 먼저 세상을 뜨고 그를 위한 형식적인 경어들이 가득한 추모사를 읊고, 거스의 마지막 소원을 알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그들의 이야기가 종결된다.



개인적으로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과정에서 ‘장애인’이 아닌 ‘장애자(者’, 이전에는 놈 자라는 뉘앙스로 지금은 쓰이지 않는.)‘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몰입에 방해를 받았다. 안암으로 인해 맹인이 되어버린 아이작과, G튜브를 끼는 어거스터스 등 다양한 장애인들(혹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정확한 어휘 선정이 잘못된 점이 아쉽다.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死). 짧은 소설에서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삶에 대한 그들의 태도와 넘쳐나는 은유, 상징들이 참 좋았다. 결국에는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제목에서 조금이나마 우주의 욕구가 우리의 영혼불멸의 삶에 대한 욕구보다 조금 더 큰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우주의 욕구와 나의 삶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매일매일의 주어진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에 더해 그들의 삶과 가족 구성원들의 삶에도 부족하나마 가슴 깊이 공감해볼 수 있었던 실로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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