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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중국 초짜들을 위한 중국 입문서
나는 어려서부터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엔 방송 3사에 사극 열풍이 불어서 채널을 돌려가면서 매일 밤 그것들을 보며 지냈고, 명절에 들리는 큰집과 가까운 사극 촬영장에도 여러 번 방문하기도 했다. 역사를 깊게 아는 것이 좋다고는 늘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부만 하다가 역사책을 안보니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에 대해서도 이게 뭐였더라?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또한 어렸을 때 우연하게 본 중국드라마가 계기가 되어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일찍부터 일었다. 그들의 사극은 그 나름대로 역사적인 배경과 맞물려서 극의 내용에 더욱 빠져들게 하기도 했고, 먼 옛날 초호화한 궁궐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대식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풀려가는 방식이 참 묘하게 재미를 끌었던 것 같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올해의 12월 31일이 되기 전에 올해 초 쯤 선물 받았던 정글만리 1-3 세트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부터 흥미진진한 상하이로의 여행을 떠났고, 약 4일에 걸쳐 그 대장정을 마무리짓고 돌아오는 길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많다. 한국에서 실패한 의사가 되어 중국으로 오게 된 서하원과 중국의 주재원에서 무역에 관한 일을 하고 있는 전대광, 그들이 중국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요 관직에 있는 샹신원, 삼촌의 조언으로 베이징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송재형, 학교에서 만난 자신의 인생의 짝 리옌링, 그녀의 졸부(라고 표현된다.) 아버지인 리완싱 사장, 그리고 각종 사업으로 얽히고 설킨 일본인들과 시안으로 가게된 한국인 지사장 등등이 등장하여 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이 다음에는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기대가 되었다.
아직 취업이 되지 않은 상황인 것과 동시에 나의 전공과는 무관한 냉혹한 비지니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내가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선택해서 배울 때 들었던 귀에 설었던 내용들이 이야기의 진행을 돕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권에서는 시끌벅적한 상하이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중국인들에 대한 이야기와 후반부로 갈수록 뒤이어지는 글들을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면, 2권에서는 비교적 중국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3권에서는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 것처럼 모든 상황들이 다 긍정적으로 맞물려 이야기의 종결을 짓고 있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이 제일인 것 같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막대한 노동 인구와 큰 규모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 돈을 좋아하는 습성, 대륙 특유의 호방함, 그리고 그 밖에 역사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어 중국이라는 나라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중국 초짜들을 위한 중국 입문서'가 될 수 있는 성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오히려 소재를 조지 오웰의 1984 또는 우리나라의 금수회의록처럼 동물에 빗대어서 설명한 것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비지니스, 그들의 언어로는 꽌시)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1인 1자녀 정책의 폐해, 광활한 지대의 균형적인 개발을 하지 못한 점, 일본과의 역사 문제(우리나라의 위안부 문제와 함께 아직도 사과를 받지 못한 난징대학살), 대만의 독립 등에 대한 민감한 주제들까지도 다루고 있어 한층 심화하여 중국의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직접 중국을 방문하고 그들의 현지 생활을 해보았기에 이렇게 연재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에 충분한 책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이렇게만 이해하기에는 또 부족한 것 같다. 동북아시아에 속하는 한국, 중국, 일본 의 관계의 복잡 미묘한 관계 묘사를 통해 냉혹한 비지니스의 세계도 보여주고 있고, 중국과 미국이라는 G2냐, 누가 G1이 되느냐 등의 정치적인 내용도 다루고 있어 실로 무엇이 주제다!라고 말하기엔 서평에 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계화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적 특질을 바탕으로 우리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일단 한국사를 필수 교과화 하는 교육 정책에 변화를 주거나, 우리나라가 가진 취업 문제, 고령화 문제, 역사 해결 문제, 독도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이 된 후에 다른 나라들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어떨까? 라는 질문을 남기는 책이었다.
지금,
당신은
미래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