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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K.G. 캠벨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4월
평점 :
동화였기 때문에 왠지 어린이날에 맞추어 읽으면 그 감동이 배가 될 것 같아
조급히 다른 책들을 읽어 겨우 만나게 된 케이트 디카밀로 작가의 2014년 신작,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줄거리는, 모든 것을 다 흡입해버릴 정도로 강력한 청소기 ‘율리시스 2000X'에
다람쥐 한 마리가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여 주인공 플로라는 그녀 스스로를 천성이 냉소적인 아이라고 규정지어버린다.
그러면서도 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다람쥐에게 자신이 읽었던 책의 지식을 종합하고
이를 기억해내어 다람쥐의 목숨을 살려주게 된다.
아마 그 때부터 차츰 그녀에게 무엇인가가 변화가 되어갈 것을 예고하는 것이었으리라.
(p.32) 죽었다 살아난 다람쥐 율리시스가 떠올리는 생각
‘세상이 언제 이렇게 아름답게 변했지?
세상이 원래 계속 이런 모습이었다면 나는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아름다움을 내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깨달을 수 있는데,
항상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내게 필요한 글귀였다.
(p.86) 거대한 귀
“언제고 모든 말은,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속삭임이든 고함이든
언제나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실마리가 된다.
귀담아 들어라. 어떤 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거대한 귀를 가져야 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함에 있어 말을 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매번 실천이 어려웠던 내게 ‘귀담아 들어라.’라는 구절이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영문학 부전공자의 입장에서 조금 깊게 책을 살펴보자면,
(p.159)
“율리시스는 초능력 영웅이에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영웅다운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대충 날아다니고 진공청소기를 번쩍 들어 올렸을 뿐이에요.
시도 썼어요.
그렇지만 누구의 목숨을 구해주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초능력 영웅들이 해야 하는 일이 그런 거잖아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거.”
율리시스라는 다람쥐 한 마리가 초능력 영웅이라는 것을 묘사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페이지(~159p)가 소모되었다. 심지어 그마저도 그냥 평범한 일상에 대한 묘사라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Flora라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에서 천성적으로 냉소적이라는 여 주인공이 자연스레 가족 구성원으로 수용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점이 쉽게 예상되었으며,
영미문학을 우리나라 독자를 위해 번역하는 과정에서
-“What are you talking about?" The squirrel said.라는 문장 외에도 많은 문장들이
“뭐라고 하는 거지?” 다람쥐가 말했다. 로 충실히 번역되었던 점
-자간 간격이 제멋대로였다는 점(어떤, 극적인 효과를 기대한 고도의 전략이었을까?)
-띄어쓰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등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라는 책을 거듭 살펴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들에 대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놀라운 인캔데스토의 번뜩이는 모험!>, <당신에게도 터질 수 있는 끔찍한 일들!>,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는 범죄의 요인!> 이라는 책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내 인생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는 의미와 함께, 미이스챔 박사의 인생에 대한 관점을 배우고 싶었다.
(p.159) 미이스챔 박사의 대답.
“얘가 무슨 일을 하게 될 지 누가 알아?
얘가 누구를 구하게 될지 누가 알아?
아직 일어나지 않은 기적들이 얼마나 많은데.”
(p.252) 미이스챔 박사의 말
"뜻밖의 일이야.
뜻밖의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나는 인생이 좋더라.“
오래간만에 나를 채근하는 듯한 동화 한 편을 읽은 것 같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