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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는 사람들
나유리.미셸 램블린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행복은 교육의 힘에서 비롯된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에세이.
흔히, 북유럽 국가라고 하면 북유럽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세금을 폭탄으로 부과하는 국가 또는 복지를 위해 힘쓰는 국가라는 것 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부끄럽게도,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북유럽 국가에 대한 인식과 일치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서부 유럽이나 남부 유럽은 보기만 하더라도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운 곳들이 많아 북유럽은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은 지 오래다. 하지만 기회가 닿아 도서관에서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김민주 저)』를 빌려 읽고 나서는, 각각의 테마에 따라 노르딕 3개국들이 우리나라에 미쳤던 영향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서 더 알고 싶은 호기심에 서평 이벤트에 응모를 하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로 편안하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북유럽 국가 특유의 실용주의와 자연주의가 묻어나는 새하얀 표지에, 함께 담아낸 자연풍광 또한 인상적이다. 맑고 푸른 하늘에 침엽수림과 호수 위에 잔잔히 올라와있는 푸르름이 좋았다. 그리고 과연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묘사된 북유럽 사람들의 '슬로우 라이프'는 어떻게 배어나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책을 펴보게 되었다. 저자는 나유리와 미셸 램블린으로, 공예를 통한 행복한 삶과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연구를 했던 부인과, 스위스에서 태어나 두바이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여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남편이라는 한 부부가 공동저자였기에 어떻게 책에서 공동 저자임을 나타낼 것인지가 사뭇 궁금했다.
책의 구성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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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 예술가, 철학자 그리고 낯선 이의 시선
Part 1. 누구나, 다 같이
01 레스토랑 데이 02 도시 농업 03 시간은행, 그리고 로뿌끼리 04 교실 이야기 05 헬싱키의 5월
Part 2. 천천히, 조금씩
06 헬싱키 어반 하우징 페어 07 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08 착한 소비
09 손으로 만드는 행복 10 강아지 공원 11 행복한 식탁
Part 3. 핀란드 행복 공식
12 학생을 위한 모든 것 13 엄마를 위한 모든 것 14 여자, 그리고 남자
15 디자인 도시 16 헬싱키 드림 17 헬싱키의 이방인
에필로그 _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주석 및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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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위와 같이 이루어져있다. 목차만 보더라도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자 하는 핀란드인들의 자연친화적 삶이 묻어나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어떤 주제로 이끌어나가는 지 또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적어둔 미셸과 나유리의 영어로 나누는 대화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실려있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영어라는 부담감에 읽을까 말까를 고민했는데, 나중엔 오히려 이 대화를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Part 1.에서는 핀란드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묘사해두었다.
<레스토랑 데이>는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로, 자신들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음식을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여 개최되는 행사이다. 이들은 김밥으로 레스토랑 데이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핀란드에서 맛보는 김밥 맛은 얼마나 한국의 정취가 가득할 지 그 크기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그들이 한국에 온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슬로우 라이프'의 토대가 되었던 <도시 농업>,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를 해주는 것을 의무화하여 봉사를 한 사람에 대해서 지역사회 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가치'로 환산한 가장 적절한 사례와 함께, 노년층의 거주를 함께 고민한 <시간은행, 그리고 로뿌끼리>의 이야기가 있었다. 또한, <교실 이야기>는 핀란드 교육의 맛보기를, 합법적으로 미친 척을 할 수 있는 <헬싱키의 5월>은 직접 체험하고 싶은 충동마저 생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Part 2와 Part3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줌과 동시에 부러워해야 할 그들의 생활 패턴이 참 많았다.
먼저, Part 2는 천천히 조금씩 핀란드 사람들의 생활을 따라가볼 수 있다.
외벽에 붙여진 스티커를 찾아가 직접 그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는 <헬싱키 어반 하우징 페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피로를 풀기 위해 많이 이용하는 사우나가 핀란드로부터 시작된 것을 아는가?를 일깨워주는 독특한 사우나 문화<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자신의 소비 습관을 반성해볼 수 있는 <착한 소비>, 다른 이들을 위한 <손으로 만드는 행복>, 강아지에게도 복지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일깨워 준 <강아지 공원>, 베리 류의 과일과 귀 모양의 빵, 쓴 커피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행복한 식탁>이 바로 그것이었다.
Part3는 핀란드라는 나라가 어떤 가치를 표방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난하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이 핑계인 <학생을 위한 모든 것>, 영국 왕세자 부부에게 선물보내져 그 인기가 치솟은 Kela(엄마 박스) <엄마를 위한 모든 것>, 양성평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여자들의 파워가 더욱 센, 그래서 더욱 반가운(?) <여자, 그리고 남자>,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합리적인 생각<디자인 도시>, 이주민들의 북유럽 발 아메리칸 드림,<헬싱키 드림>, 마지막으로 그들이 바라본 헬싱키에 대하여<헬싱키의 이방인>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을 통해 핀란드라는 국가로의 여행을 미셸 부부와 함께 갔다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저자의 문체가 참 매력적이다. 또한, 핀란드라는 국가의 전체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들 사이의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태도", "합리적인 생각을 통해 그들이 사는 곳을 차츰 변화시켜나가는 것",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긴 결과, 동계스포츠의 강국이 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어 뜻깊은 책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요람(엄마 박스)에서 무덤(로뿌끼리)까지 모든 것을 세세하게 신경을 써준 국가의 역량 덕에, '똑똑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진정한 복지 국가의 이상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교육과 복지제도와 비교하는 마음이 든 것 또한 사실이고, 우리나라의 교육과 복지제도가 북유럽 국가들의 이상을 모티브로 많이 따왔다는 것도 느꼈다. 나는 교육이 가진 힘을 믿는다. 교육을 통해 가능해진 복지국가라는 유토피아가, 곧 내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실현될 것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사는 곳에서부터 함께 어우러졌던 우리의 전통사회 공동체주의를 몸소 표방하고자 한다면, 밑에서부터 위로의 국가 발전이 보다 더 쉬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가볍게도 읽을 수 있던 책이었지만, 이상국가를 위한 방법론은 막상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 않아, 진정 우리가 실천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한층 더 따뜻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겉표지에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김민주 저)』이 적혀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책을 먼저 읽어보고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또한, 내가 추천하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은 이 책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웬디 웰치 저)』 ,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