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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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의 끌림인걸까.

이성에게로의 끌림? 여행을 맘껏 다니고 싶다는 끌림? 어떤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끌림?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목만으로 유추해본 <끌림>의 방향성에 대한 해석이었다.

표지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자세와 상황에 혼자 놓여져 있었고,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미농지 표지에는 정장을 입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여자가 서 있다. 그리고, 책 뒤에도.

그녀는 병률 작가님이 사랑하던 그녀였을까?

 

이 책은 이병률 작가가 이곳 저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과, 그 당시에 느꼈던 느낌

또는 사진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산문집이다.

이제서야 살펴보니 Travel note라는 문구가 책 제목 위에 아스라이 드러나있다.

 

그가 여행에 그토록 목말랐던 이유는 겉표지를 넘기자마자 보이는 저자에 대한 소개와, 이야기들을 다 적고난 에필로그에 수록되어있다.

로버트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서도 그렇고,

내가 이번주에 읽어낸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책에서도 그렇고,

우연한 기회에 우연하게 마주한 것들이 자신에게 큰 영감을 줄 때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으리라.

 

많은 이야기들이 적혀져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들을 몇개 적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이야기 19.의 '사랑하라'였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뒤늦게 그들에게 고백하는 사랑, 이성과의 연애에서 진정한 사랑이 주는 의미를 모른 채 주고 받는 '사랑해'라는 무미건조한 말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을 아낌없이 쪼개고 쪼개 사랑하라(또는 사랑을 표현하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두번째는, 이야기 44.의 '영국인 택시드라이버'였다.

추레한 어느 한 사람의 모습에 택시비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택시 운전수는, 오히려 택시 요금의 두 배에 달하는(그것도 운전수에게 자신의 기분을 푸는 의도) 돈을 낸 그에게 가졌던 자신의 편견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을 올곧게 보는 시선을 가지게 된 사람이었다. 상대방을 진정하게 이해하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매혹적인 단어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감성이 묻어나서 가장 아끼는 이야기가 되었다.

 

세번째는, 이야기 54.의 '그 때 내가 본 것을 생각하면 나는 눈이 맵다.였다.

아마도, 작가님이 생각하신 여행에 대한 정의가 모든 여행의 설렘을 간직한 사람들이 가지는 정의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쉼과 즐거움, 그리고 의도치 않게 만났던 인연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기분 좋은 시큰거림이 각박하기만 했던 일상적인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묻어나, 나의 지난날의 여행을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 듣기만 하더라도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오는 단어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여행, '리스본행 야간열차'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끌림'

여행이라는 단어로 공교롭게 다른 소재로 풀어낸 두 권의 책이 참 인상적으로 책을 읽는 순서가 되어 퍽 반가웠다.

다음에는 또 어떤 기분 좋은 책읽기 여행을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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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윈터 리미티드 에디션)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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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지고 나자마자 우리에게 찾아오는 푸르스름한 빛깔을 담은 표지에는 어딘가로 향하는 야간 열차에 몸을 싣기 위한 역 풍경이 그려져있다. 나는 밤에 운행하는 열차를 타본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면 그 여행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온전히 나 자신을 맡기고 목적지를 향해가는 목적이 있는 여행이었던가, 아니면 무심코 발길 닿는 데로 가보자는 마음에 기차표를 끊었던 여행이었는가.

 

6일이라는 시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아껴 읽었던  이 책은 한참 더딘 속도를 자랑하면서도, 내용은 인생 선배가 주는 아낌없는 조언을 오롯이 받아내야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스위스 베른에 사는 그레고리우스의 이야기이다. 고전문헌학자로서의 그는 '문두스(라틴어로 세계, 우주, 하늘을 뜻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자신의 학문과 자신의 삶에 대해 완벽함을 추구하며 그 고지에 이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비 내리는 어느 날 자신이 매일 출근길로 지나다니는 곳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읽은 편지 속 자신의 잔상에 남은 전화번호를 적을 데가 없어서 그레고리우스의 이마에 적는 그녀의 이름과 연락처도 모른 채 학교에 출근을 하게 된 그는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리지만, 실제 그녀가 자신이 수업하는 교실에 등장하자 그녀에게 이끌려 자신의 수업도 내팽겨쳐버리고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교실 밖을 나선다.

 

평소 자신의 학문인 그리스/라틴어 등등이 있었음에도, 그녀가 단지 '포르투게스'라고 남긴 말을 좇아 들른 헌 책방에서 아마데우 이나시오 드 알메이다 프라두의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에게 매료되어 리스본행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여행으로 떠나게 된 것이었다. 아마데우는 매우 똑똑하고 냉철한 성품을 가진 의사로, 포르투칼의 독재자 살라자르를 환자로 간주하고 그의 생명을 연장시켜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인물이며,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을 믿어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참여한 저항운동을 하는 인물이다.

 

그를 그리워 하는 여동생 아드리아나, 헌책방 주인의 소개로 알게된 90세의 헌책방을 운영했던 노인, 그로 인해 알게된 그의 절친 조르지와, 삼각관계를 유지했던 완벽한 기억력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우체국 직원이었던 에스테파니아 등등 등장하는 인물과 성격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는 반복되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들을 더 세세하게 알아갈 수 있는 재미를 준다.

 

담고 있는 주제는 이 책의 쪽수만큼이나 많고 다양하다. 인생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그리고 언어가 태초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 등등이 그렇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밑줄을 그을 수 밖에 없는 책, 나로 하여금 한 주라는 시간에 걸쳐 읽었던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교양서적처럼 읽혀진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길을 떠날 때는?

이 여행이 언젠가 끝이 나기는 할까?

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p.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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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는 사람들
나유리.미셸 램블린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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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교육의 힘에서 비롯된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에세이.

 

 

흔히, 북유럽 국가라고 하면 북유럽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세금을 폭탄으로 부과하는 국가 또는 복지를 위해 힘쓰는 국가라는 것 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부끄럽게도,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북유럽 국가에 대한 인식과 일치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서부 유럽이나 남부 유럽은 보기만 하더라도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운 곳들이 많아 북유럽은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은 지 오래다. 하지만 기회가 닿아 도서관에서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김민주 저)』를 빌려 읽고 나서는, 각각의 테마에 따라 노르딕 3개국들이 우리나라에 미쳤던 영향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서 더 알고 싶은 호기심에 서평 이벤트에 응모를 하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로 편안하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북유럽 국가 특유의 실용주의와 자연주의가 묻어나는 새하얀 표지에, 함께 담아낸 자연풍광 또한 인상적이다. 맑고 푸른 하늘에 침엽수림과 호수 위에 잔잔히 올라와있는 푸르름이 좋았다. 그리고 과연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묘사된 북유럽 사람들의 '슬로우 라이프'는 어떻게 배어나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책을 펴보게 되었다. 저자는 나유리와 미셸 램블린으로, 공예를 통한 행복한 삶과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연구를 했던 부인과, 스위스에서 태어나 두바이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여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남편이라는 한 부부가 공동저자였기에 어떻게 책에서 공동 저자임을 나타낼 것인지가 사뭇 궁금했다.

 

 

책의 구성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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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_ 예술가, 철학자 그리고 낯선 이의 시선

Part 1. 누구나, 다 같이
01 레스토랑 데이        02 도시 농업         03 시간은행, 그리고 로뿌끼리        04 교실 이야기      05 헬싱키의 5월

Part 2. 천천히, 조금씩
06 헬싱키 어반 하우징 페어            07 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08 착한 소비
09 손으로 만드는 행복                   10 강아지 공원                                   11 행복한 식탁

Part 3. 핀란드 행복 공식
12 학생을 위한 모든 것                   13 엄마를 위한 모든 것                       14 여자, 그리고 남자
15 디자인 도시                               16 헬싱키 드림                                   17 헬싱키의 이방인

에필로그 _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주석 및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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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위와 같이 이루어져있다. 목차만 보더라도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자 하는 핀란드인들의 자연친화적 삶이 묻어나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어떤 주제로 이끌어나가는 지 또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적어둔 미셸과 나유리의 영어로 나누는 대화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실려있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영어라는 부담감에 읽을까 말까를 고민했는데, 나중엔 오히려 이 대화를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Part 1.에서는 핀란드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묘사해두었다.

<레스토랑 데이>는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로, 자신들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음식을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여 개최되는 행사이다. 이들은 김밥으로 레스토랑 데이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핀란드에서 맛보는 김밥 맛은 얼마나 한국의 정취가 가득할 지 그 크기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그들이 한국에 온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슬로우 라이프'의 토대가 되었던 <도시 농업>,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를 해주는 것을 의무화하여 봉사를 한 사람에 대해서 지역사회 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가치'로 환산한 가장 적절한 사례와 함께, 노년층의 거주를 함께 고민한 <시간은행, 그리고 로뿌끼리>의 이야기가 있었다. 또한, <교실 이야기>는 핀란드 교육의 맛보기를, 합법적으로 미친 척을 할 수 있는 <헬싱키의 5월>은 직접 체험하고 싶은 충동마저 생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Part 2와 Part3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줌과 동시에 부러워해야 할 그들의 생활 패턴이 참 많았다.

먼저, Part 2는 천천히 조금씩 핀란드 사람들의 생활을 따라가볼 수 있다.

외벽에 붙여진 스티커를 찾아가 직접 그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는 <헬싱키 어반 하우징 페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피로를 풀기 위해 많이 이용하는 사우나가 핀란드로부터 시작된 것을 아는가?를 일깨워주는 독특한 사우나 문화<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자신의 소비 습관을 반성해볼 수 있는 <착한 소비>, 다른 이들을 위한 <손으로 만드는 행복>, 강아지에게도 복지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일깨워 준 <강아지 공원>, 베리 류의 과일과 귀 모양의 빵, 쓴 커피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행복한 식탁>이 바로 그것이었다.

 

 

Part3는 핀란드라는 나라가 어떤 가치를 표방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난하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이 핑계인 <학생을 위한 모든 것>, 영국 왕세자 부부에게 선물보내져 그 인기가 치솟은 Kela(엄마 박스) <엄마를 위한 모든 것>, 양성평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여자들의 파워가 더욱 센, 그래서 더욱 반가운(?) <여자, 그리고 남자>,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합리적인 생각<디자인 도시>, 이주민들의 북유럽 발 아메리칸 드림,<헬싱키 드림>, 마지막으로 그들이 바라본 헬싱키에 대하여<헬싱키의 이방인>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을 통해 핀란드라는 국가로의 여행을 미셸 부부와 함께 갔다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저자의 문체가 참 매력적이다. 또한, 핀란드라는 국가의 전체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들 사이의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태도", "합리적인 생각을 통해 그들이 사는 곳을 차츰 변화시켜나가는 것",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긴 결과, 동계스포츠의 강국이 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어 뜻깊은 책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요람(엄마 박스)에서 무덤(로뿌끼리)까지 모든 것을 세세하게 신경을 써준 국가의 역량 덕에, '똑똑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진정한 복지 국가의 이상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교육과 복지제도와 비교하는 마음이 든 것 또한 사실이고, 우리나라의 교육과 복지제도가 북유럽 국가들의 이상을 모티브로 많이 따왔다는 것도 느꼈다. 나는 교육이 가진 힘을 믿는다. 교육을 통해 가능해진 복지국가라는 유토피아가, 곧 내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실현될 것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사는 곳에서부터 함께 어우러졌던 우리의 전통사회 공동체주의를 몸소 표방하고자 한다면, 밑에서부터 위로의 국가 발전이 보다 더 쉬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가볍게도 읽을 수 있던 책이었지만, 이상국가를 위한 방법론은 막상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 않아, 진정 우리가 실천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한층 더 따뜻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겉표지에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김민주 저)』이 적혀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책을 먼저 읽어보고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또한, 내가 추천하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은 이 책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웬디 웰치 저)』 ,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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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전에 시작하는 엄마표 독서 코칭 - 아이의 발달 속도와 성향에 맞춘 엄마와의 책 읽기
이정화 지음 / 북라이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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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부모들을 위한 책읽기 교육학

 

일전에 모 방송에서 어린 아이들과 아빠가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부자가 있었다. 부끄러움을 타지만, 항상 "넌 잘 할 수 있어."라고 칭찬하고 격려해주면서 결국 자전거를 혼자 탈 수 있게 해주었던 모습, 외우기 힘든 사자소학을 아빠 또는 아이가 가진 강점 지능인 '노래'라는 매개를 통해 기억이 쉽게 도와주었던 모습, 사람들을 대할 때 항상 배려있는 모습을 보여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었던 모습들이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도 그렇고, 요즘 다양한 부모들을 보아도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새삼 '자격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라면,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에게 어떻게 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키워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초등 전에 시작하는 엄마표 독서 코칭>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들을 위한 읽기 쉬운 책읽기 교육학>이라는 제목을 달아주고 싶을 정도로 아동복지를 전공한 저자의 연륜과 경험들이 뚝뚝 배어나는 책이었다. 저자 소개만 읽어보더라도 가히 그 이유가 공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프롤로그에 밝히는 '독서 코칭'의 진정한 의미는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하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부모가 자신이 했던 방식을 고수하지 말고, 온전히 아이들의 방식으로 책을 접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질문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면서 책을 즐겨보라는 것이다. 책 읽는 과정에서 부모의 관심은 '책'이 아니라 '아이'이고, '책의 탐색'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탐색'이어야 한다. 육아 전반에서 부모의 모든 관심이 '아이' 자체여야 하는 기본원리가 독서 코칭에서는 철저히 실천되어야 한다. 그 소통과 교육의 방식이야말로 아이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키우고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p.11) 

 

 

이 책의 구성은 제1부(부모가 가진 '독서'의 틀부터 깨라!)와 제2부(최고의 독서 코치가 최고의 부모), 제3부(아이의 생각과 마음 성장시키기)라는 큰 주제들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존의 독서교육에 대한 일침을 주려는 듯, 부모들이 '진짜 독서'에 대한 무지로 인해 아이들이 쉽게 독서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리는 상황들을 짤막한 일화와 함께 제시해주고 있다. 제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저자가 독서코칭을 주는 입장에서 개입을 했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독서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지를 일화와 함께 제시해주고 있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Finger model과 함께 아이가 직접 동화책 또는 그림책을 가지고 어떻게 부모와 재밌는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p.158)

 

 

위에서 내가 '예비 부모들을 위한 책읽기 교육학'이라고 이 책에 대한 한 줄 평을 남겼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을 예비 부모들이 읽어보아서 미리 그들의 자녀에 대한 준비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둘째로는 이 책의 저자가  간간히 Tip!이라고 만든 코너를 통해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의 독서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책략을 전해주고 있다. 이를 테면, Tip! 아이의 독서를 도와주는 말 vs 방해하는 말(p.66), Tip! 책을 활용한 아빠 육아(p.163), Tip! 아이와 싸우지 않고 독서록 쓰기(p.229)가 그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초등 전의 부모들이 초등학교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 때문에 억지로 읽는 것이기 보다는, 어려서부터 또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 책을 미리 읽어본다면 장차 아이가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줄 것인지 미리부터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 주 전 서평이벤트 당첨도서로 읽어보았던 <광고를 만드는 아빠들이 만든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의 창의력 개발을 위한 아빠들의 노력이었다면, 이 책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엄마들의 노력이었다. 특히 이 책은 부록으로 엄마들의 독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질문과 저자의 답변인 QnA 코너와, <겁쟁이 빌리>, <뛰어라 메뚜기>라는 책으로 직접 아이와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Finger model"에 걸맞는 활동지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부모들을 위한 독서교육 강의를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개선할 점에 대해 굳이 의견을 조금 더 보태자면, 아빠들을 위한 독서 교육이 '활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본다면, 아빠들을 위한 활동지나 동화책 소개도 좋을 것 같다. 이 또한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빠들을 소외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 책의 부제가 아이의 발달 속도와 성향에 맞춘 엄마와의 책 읽기라면, 아이의 발달 단계인 영아 또는 유아기의 연령을 나누어서 아이들이 성장해는 과정에 맞게 보기 쉽게 편집이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듯 하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한층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부모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읽어본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자신이 사는 '삶 속에서 책 읽기'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대해, 나 또한 나의 독서습관을 반성하게 된다. 속도내어 읽어내는 책보다도 정독을 통해 내 마음을 담아 책을 읽어내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책을 배운 아이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변화가 필요할 때, 내면에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을 때

지혜롭게 대처한다.

책을 지표 삼아 자신을 제대로 세우며 성장해 가는 것이다.

진정한 '앎'으로 가는 바른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p.31)

 

 

체험을 하면 할 수록 아이의 기억에는 많은 것이 남는다.

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독서 활동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확대되는 것을 느낀다.

진정한 책 읽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자기의 폭이 넓어지고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루어진다.(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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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 조선 화가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삶
이일수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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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함께 하는 조선 옛 그림으로의 여행으로 천재 화가들의 삶을 따라가보자!

 

평소 읽는 책 분야가 제한적이었던 때가 있어 그것을 좀 탈피해보고자, 막연하게 미술에 관련된 책을 추천받았다.

교과서 속에서나 보았던 유명한 그림들이지만, 막상 그 그림을 감상할 줄 몰랐던 나에게 <명화를 보는 눈>(다카시나 슈지 저)이라는 책은 그 깊이를 더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를 읽다보니 <명화를 보는 눈>이라는 책을 읽던 내 지난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서양 화가들을 알아가고 그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이해하는 첫 시작으로는 좋았던 책임에 분명했지만, 

 '삼각 구도'가 왜 안정감을 주는 지도 정확히 모른 채 그저 삼각 구도 속에 억지로 끼워맞추어 안정감이 있는 구도라는 것을 알아야만 했고, 추상적인 명화가 주는 의미를 알기 위해 작가의 해설이 아니면 작품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뒤늦게 해보았다.

 

 

이 책은 <안녕하세요! 조선 시대 천재 화가님>의 전시 총감독이 권하는 우리 그림 감상법이라는 소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제1전시실(화가의 마음을 따라 거닐다), 제2전시실(옛 그림, 세상에 말을 건네다), 제3전시실(옛 그림에서 인생을 만나다.)라는 큰 주제 하에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과 그 작품과 비슷한 소재로 견주되는 서양 화가들의 작품, 그리고 해박한 역사적 지식에 이르기까지 이일수 작가님이라는 큐레이터와 함께 책의 흐름에 온전히 나를 맡기고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그림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화가들의 삶과 정치 및 사회적인 배경 등에 대한 소개를 통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을 했던 것 같다.

 

 

보통, 책은 한 작가에 대한 책을 누가 어떻게 번역하였는지에 따라 책의 감동이 배가 되기도 하고 실망감이 들기도 한다. 조선 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보아도 만약 이 화가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만큼의 감동을 주었을까, 싶다. 제주도로 귀양간 자신의 스승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보내주고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림을 그려주었던 추사 김정희, 나비 학자 석주명이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지금은 없는) 나비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남겨둔 표식과도 같았던 남계우의 그림, 서민들의 삶을 관찰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겼던 풍속화가 김홍도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그림은  김홍도의 죽리탄금도이다.

숲에서 금(또는 거문고)을 타고 있는 한 남자와 차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 있는 소나무 또한 그 음에 맞추어 자유로이 노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그림은  화선지나 값비싼 비단에 그린 것도 아닌 '부채'에 그려졌으며 부채가 가지는 그 당시 의미를 함께 기술하여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향하고자 하는 그림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주었다 생각한다.

 

명화가 된 부채, 부채가 된 명화, 예술가에게서 불어오는 바람은 참으로 시원한 창작의 바람이다.(p.329)

 

 

 

우리 후손들을 위해 해외로 각출되었던 문화재를 사들인 분에 대한 일대기, <간송 전형필>이라는 책에 더해

조선시대 천재화가님들의 손 끝에서 묘사된 조선시대 사회상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 <옛 그림에도 사람은 살고 있네>를

읽고 나니, 우리 것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 운 좋은, 하나의 각성의 의미였으리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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