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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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의 끌림인걸까.

이성에게로의 끌림? 여행을 맘껏 다니고 싶다는 끌림? 어떤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끌림?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목만으로 유추해본 <끌림>의 방향성에 대한 해석이었다.

표지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자세와 상황에 혼자 놓여져 있었고,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미농지 표지에는 정장을 입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여자가 서 있다. 그리고, 책 뒤에도.

그녀는 병률 작가님이 사랑하던 그녀였을까?

 

이 책은 이병률 작가가 이곳 저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과, 그 당시에 느꼈던 느낌

또는 사진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산문집이다.

이제서야 살펴보니 Travel note라는 문구가 책 제목 위에 아스라이 드러나있다.

 

그가 여행에 그토록 목말랐던 이유는 겉표지를 넘기자마자 보이는 저자에 대한 소개와, 이야기들을 다 적고난 에필로그에 수록되어있다.

로버트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서도 그렇고,

내가 이번주에 읽어낸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책에서도 그렇고,

우연한 기회에 우연하게 마주한 것들이 자신에게 큰 영감을 줄 때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으리라.

 

많은 이야기들이 적혀져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들을 몇개 적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이야기 19.의 '사랑하라'였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뒤늦게 그들에게 고백하는 사랑, 이성과의 연애에서 진정한 사랑이 주는 의미를 모른 채 주고 받는 '사랑해'라는 무미건조한 말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을 아낌없이 쪼개고 쪼개 사랑하라(또는 사랑을 표현하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두번째는, 이야기 44.의 '영국인 택시드라이버'였다.

추레한 어느 한 사람의 모습에 택시비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택시 운전수는, 오히려 택시 요금의 두 배에 달하는(그것도 운전수에게 자신의 기분을 푸는 의도) 돈을 낸 그에게 가졌던 자신의 편견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을 올곧게 보는 시선을 가지게 된 사람이었다. 상대방을 진정하게 이해하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매혹적인 단어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감성이 묻어나서 가장 아끼는 이야기가 되었다.

 

세번째는, 이야기 54.의 '그 때 내가 본 것을 생각하면 나는 눈이 맵다.였다.

아마도, 작가님이 생각하신 여행에 대한 정의가 모든 여행의 설렘을 간직한 사람들이 가지는 정의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쉼과 즐거움, 그리고 의도치 않게 만났던 인연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기분 좋은 시큰거림이 각박하기만 했던 일상적인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묻어나, 나의 지난날의 여행을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 듣기만 하더라도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오는 단어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여행, '리스본행 야간열차'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끌림'

여행이라는 단어로 공교롭게 다른 소재로 풀어낸 두 권의 책이 참 인상적으로 책을 읽는 순서가 되어 퍽 반가웠다.

다음에는 또 어떤 기분 좋은 책읽기 여행을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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