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치는 당신 - 시인의 동물감성사전 시인의 감성사전
권혁웅 지음, 김수옥.김다정 그림 / 마음산책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책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내가 읽은 책 중 최고로 사랑스러운 책이다.

이 책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 반대쪽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얼마 전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동물원 실태 조사에 대한 방송을 보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무심하게 틀어놓은 방송이었는데 경남의 한 동물원을 비춰주는 장면에서 숟갈질을 멈췄다.

마치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처럼, 막힌 유리방 안에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호랑이 같은 맹수도 다를 바 없었다.

햇빛도 쬘 수 없고 바람도 맞을 수 없는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그렇게 하루 종일 갇혀 있다고 했다. 바깥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나가게 해준다고.

야행성인 삵은 낮엔 자고 밤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도 높은 불빛 아래서 움직이지 않고 (내가 느끼기엔) 멍한 얼굴로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뱀은 전기장판 아래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지금껏 잊히지 않는 건 원숭이인데, 사회적인 동물이라 다른 개체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원숭이는 각자의 유리방 안에 격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곳의 원숭이들은 하루 종일 무료함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아무 일 없이 멍하니 평생을.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루 종일 무료함과 싸우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더는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움직이지 않고 나무 위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원숭이를 보면서 나는 나를 보았던 것이다.

'나'는 '우리'로도 '인간'으로도 바꿔 쓸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와 삵과 뱀과 원숭이의 타고난 습성, 그 다양한 개체들의 특징이 완전히 무시된 그 상황이 너무나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 생명의 타고난 생김새를 들여다보고 알아주는 일은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극진한 애정의 표시임을, 그래서 <꼬리 치는 당신>이 사랑스러운 책일 수밖에 없음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시로도 읽을 수 있는 이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나를 읽었다.

너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건 싫어하는 사람이잖아, 라고 이야기해주는 곁의 친구를 바라볼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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