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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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이 책은 정말 발을 퉁퉁 붓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광화문에서 다 읽고 서너 시간 걸어다녔다.
일요일 저녁이었는데 내일이 또 올 거라는 생각에 우울했고 그 내일이 바로 월요일이라는 사실에 참담했고 텅 비어 있는 도심이 무서워서 걷고 또 걸었다.
한강의 소설을 읽고 나면 나와, 내 가족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엄마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내가 전화 걸면, 있는 그곳에서 내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한강은 정말 징그럽게도 무시무시하고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지금도 정희와 인주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인주도, 삼촌도, 인주의 엄마도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생각.
정희가 혼자라는 생각. 남아 있는 정희의 고통을 나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생각.

나는 종종 그런 공포와 마주한다. 마치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것 같은데,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조금 누그러졌던 그 공포가 한강의 소설을 읽고 나면 뚜렷하게 되살아난다. "통각들이 생생히 되살아"나듯이.

그래서 나는 밖에서 엄마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헤어질 때마다 늘 그때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버스를 타고 가는 엄마,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는 엄마의 뒤꼭지가 내가 보는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우리는 제대로 작별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을 꿨어. 꿈에 보니 난 이미 죽어 있더구나.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몰라. 햇볕을 받으면서 겅중겅중 개울가를 뛰어갔지. 시냇물을 들여다봤더니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만큼 맑은데, 돌들이 보였어. 눈동자처럼 말갛게 씻긴...... 동그란 조약돌들이었어. 그중에서 파란 빛이 도는 돌을 주우려고 손을 뻗었지.

그때 갑자기 안 거야. 그걸 주우려면 살아야 한다는걸.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걸.

 ......그게 무서워서, 꿈속에서 나는 조금 울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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