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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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가장 좋았던 한때'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친구는 '가장 좋았던' 하면 바로 떠오르는 나이인 스무 살, 스물한 살을 이야기했고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 나이로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때보다는 지금이 더 좋고,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좋을 것이다, 라고 나는 막연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이런 나이에 나는 나를 믿지 못해서 언제나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매사 지금 내가 그 사람이었더라면, 하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이 소설 속 네 명의 인물이 살아내고 있는 바로 그 나이이다.  

정윤은 도시에 적응하지 못해 매일매일 걷고 또 걷는다. 마치 이 도시의 길을 몸에 새기기라도 하겠다는 듯.  

나는 이 책을 쉬지 않고 걸었던 여행길에서 다시 읽었다. 처음 가보는 도시였고, 누군가 고향이 어디냐 물었을 때 이 도시라고 대답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그 여행에서 나는 태생지가 있다는 것에 대해 난생처음 생각해보았다. 나고 자란 곳, 엄마가 있는 곳, 같은 것. 그제야 윤이 어째서 도시를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었는지 아주 조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약속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말이야. 믿을 만한 약속된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쫓기고 고독하고 불안하고 이렇게 두려움 속에서 보내고 나면 다른 것들이 온다고 말이야. (......)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궁금해"(107쪽) 

나도 궁금하다.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믿을 만한 약속된 무엇이 있다는 보장이 아니라, 모두가 다 견디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러므로, 함께 견디고 있을 누군가에게 "내.가.그.쪽.으.로.갈.게" 하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삶은 그것대로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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