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망량의 상자 - 상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은 작년 제가 읽은 추리소설중 최고작인 <우부메의 여름>에 이은 교고쿠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96년 49회 일본추리작가협회 상(장편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정확히는 몰라도 교고쿠도 시리즈가 10권 정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 작품을 최고로 평가한다더군요. 소위 신본격파 추리소설의 걸작 아야스지 유키토의 <시계관의 살인사건>, 시마다 쇼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에 못지 않은 충격을 작년에 읽은 <우부메의 여름>에서 받은 저는 이 책이 출간되기를 1년을 기다려 왔습니다.
<우부메의 여름>도 만만챦은 분량이었지만 <망량의 상자>는 이보다 한술 더 뜹니다. 무려1000페이지가 넘습니다. 기억력이 부족해 추리소설은 단번에 읽어야 하는 저로서는 정말 힘든 독서였습니다. 이틀동안 상권 읽고 하루는 술 마시느라 쉬고 다시 이틀동안 하권을 읽었는데 중간에 하루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하권에서는 등장인물 중 누구인지를 까먹어 상권의 인물소개란을 참조하기도 했습니다.
책의 분량은 엄청나고(사건전말을 이야기하는 결론부분만 100페이지가 넘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에서와 같이 특정지식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나열되지만 작가가 이 책에서 발생하는 네가지의 사건(가나코 살해미수사건, 가나코 유괴미수사건, 가나코 유괴 및 스자키 살인사건, 불특정인 연쇄토막살해사건)을 긴장감 있게 잘 서술해 놓아 책 내용이 그렇게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우부메의 여름>과 마찬가지로 심하게 충격적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고전추리소설의 본격물에서는 약간 일탈된 면도 있습니다만 <우부메의 여름>에서의 충격이 본격추리소설로서의 충격이라면, <망량의 상자>에서의 충격은 에도가와 란포의 <외딴 섬의 악마>같은 엽기소설로서의 충격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추리소설로서의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네가지의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는 결말에 가면 그 구성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사건 자체가 워낙 엽기적이라고 느껴지는 것 뿐입니다.
교고쿠도 시리즈를 두권 읽고 나니 작가가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소재를 가지고 쓴 작품인지 궁금해집니다. 상당히 독특한, 일본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다음 작품도 계속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