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Common > '두 글자'로 풀어헤친 우리 삶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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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의 철학 - 혼합의 시대를 즐기는 인간의 조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우린 정말이지 '두 글자'의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한자문화권 속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두 글자는 홍수처럼 신문, 방송, 인터넷까지 퍼부어대고 있다. 두 글자로 이루어진 말들 대부분은 한문이고, 실제로 글을 쓴다거나 말을 할때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두 글자'이다. 그만큼 '두 글자'는 보편적이다.
하지만 그 '두 글자'의 위험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는 이제 한문을 잘 알지 못해도, 우리는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아무런 불편없이 사용한다고 자부한다. 물론 그 말은 어느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두 글자의 단어의 뜻마저 정의내리지 못하고 어물쩡거리고, 비슷한 두 단어의 차이점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자칫 잘못하다간, 단어의 의미마저 혼용하고 오해하게 되어 글을 읽어도, 말을 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 김용석은 '두 글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대부분의 '두 글자'가 인간과 사물의 심성이나 특성을 나타내는 데 주로 쓰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두 글자'라는 키워드로 인간과 세상을 풀어헤쳐 다시금 '두 글자'를 정의내리고,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두 글자'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 설명한다.
철학 서적은 사실 쉽지만은 않다. 그러니까 철학을 쉽게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입문서가 그만큼 쏟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실생활에 응용되고 남다른 깨우침을 전해주는 책은 많을까? 사실 그닥 많지는 않다고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 맑스를 굳이 들지 않아도 중요한 핵심을 놓치지 않는, 실용적인 철학을 갈망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충족되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철학서적에 비해 난해하다거나, 너무 추상적이지도 않다. 사실 나도 철학, 하면 머리가 띵해지는 사람이지만 이 책만큼은 머리가 띵한 두통을 호소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사실 철학은 그리 멀리 있지만은 않다. 우리의 가까운 글자생활 속 조그만 단어의 올바른 정의와 해석을 통해서도 우리는 현대인의 삶과 마음을 되새겨볼 수 있다. 철학의 용도가 이런 것이 아닌가?
저자의 시선은 새롭지 않다. 단지 그동안의 '두 글자'의 잘못된 쓰임과 해석에 일침을 가하고, 본래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지금의 우리에게 접목시킬 뿐이다. 결국 우리가 '두 글자'에게서 얻는 것은 재창조가 아닌 재해석이다. 새로운 정의가 아닌 잘못된 해석에서 벗어나 올바른 해석을 찾아나가는 것일 뿐이다.
사실 어떤 책이든 아무리 주제가 흥미로워도, 정작 내용이 지루하고 따분하다면, 독자들은 뭣하려 그런 책을 읽을까? 특히 철학이나 인문서적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저자는 철학자라면 고루하고 판에 박혀있다는 선입견을 깨뜨린다. 철학은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재해석되어야한다. 저자는 체리필터의 노래에서 중국의 옛 고사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안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설명해주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더이상 철학은 지루하지 않다, 라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혼합적 사고. 모든 사람과 함께 삶의 조건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과정. 저자는 그러한 혼합적 사고를 원한다 철학이 대중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과 재미와 자극을 주고받으며 철학과 대중간의 소통의 길은 언제나 열려있음을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