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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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필요없어 (1991, 2007)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P.255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총 6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 대답은 필요없어

- 말없이 있어 줘

- 나는 운이 없어

- 들리세요

- 배신하지 마

-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

 짧지만 깔끔하고 톡톡튀는 느낌의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는 단편집이다. 장편에서도 느끼는 바이지만 글쓴이의 글은 미스터리치곤 가볍고 밝아 보인다는 느낌이 매력적인데 이 단편집은 그런 특성을 잘 드러낸 글인 듯하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은 쉽사리 예상하기 힘든, 정말 ‘미스터리’장르에 잘 어울리는 글이기에 더욱 그 가치가 빛난다. 이 책이 발표된 이듬 해, 나오키 상 수장작 후보에도 올랐다고 하니 현 시점에서 검증은 이미 마쳐 있는 상황. 부담없는 분량 또한 접근성을 돕고 있어 없는 시간이라도 쪼개어 손에 쥘 만한 책이다. 해설에서도 지적하지만 뒤 끝이 좋아 기분전환에도 좋겠다. 
 


- 대답은 필요없어.
 글쓴이의 글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성’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감정적 디테일을 표현하는데 매우 능숙하다. 그리고 그런 표현들이 미스터리 속 설정의 날 선 감을 좀 더 자연스럽고 무디게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제공한다. 이 단편은 주인공 치아카의 그런 감정을 중심으로 글쓴이 특유의 필체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 말없이 있어 줘
 개인적으론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단편이다. 극적 상황을 일으키는 마지막 포인트에서 개연성을 잃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기초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 나는 운이 없어
 디테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과 다소 속물근성이 보이는 사촌누나와의 대비가 유쾌하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두 사람의 각기 다른 반응이 주된 포인트. 
 

- 들리세요
 누구나 겪는 가족간의 갈등은 사소해보이지만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주요한 소재. 거리가 꼭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배신하지 마
 아직 보진 못했지만 ‘화차’라는 작품의 원형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는 단편. 쯧, 혀를 차고 고개를 돌릴 남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감성을 미스터리로 풀어 충분히 표현해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
 주인공의 심리적, 현실적 상황과 미스터리의 흐름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흥미를 자극한다. 상황 속에서의 자신이 과도기적 역할에 불과한다 할지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는 자신만의 목표가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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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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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2007, 2003)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분명 삶에 대한 고난과 갈등은 탐정으로 하여금 미스터리를 쫓게 만드는 원동력인지 모른다. 그래서 대대로 유명한 탐정들은 평범하지 않은 개성과 환경 속에서 태어난 캐릭터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탐정에 대한 그러한 한계, 평범하고 행복한 탐정에 대한 의문을 지닌 작가의 의도에서 태어나게 되었다고 지은이는 밝힌다. 그래서 태어난 ‘스기무라 사부로’라는 캐릭터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그런 인물이다.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부족함이 없고 평범한(부족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이미 평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가정의 가장일 뿐이다.1 그래서인지 그런 인물과 미스터리와의 접합은 소박하다 여겨질지도 모르는 그런 사건이다.2 

 

스기무라는 이마다 콘체른 회장, 장인의 개인운전 기사인 가지타 노부오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피해자의 딸들이 아버지의 죽음이 살인인지 사고인지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출판하길 원했기 때문. 콘체른 기업의 사내보를 편집하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사건에 다가가는 스기무라는 의외의 현실을 알아가게 되는데......

본 작품은 크게 두 가지의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운전기사 가지타의 사망 사건. 또 하나는 그의 과거에 대한 딸의 유괴 사건.
살인과 유괴?
분명 미스터리 소설로 충분히 다뤄질 법한 소재이긴 하나 이 작품이 유사한 소재를 다룬 기존 작품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 스포일러가 될 듯 싶어 말을 아끼지만 미스터리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혹은 평범한 진실이 변화할 수도 있다. 중간 과정이 꽤나 튼실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 결과에 의연하지 않고도 충분히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이 어떨지? 3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내러티브보단 캐릭터이다. 현 시점으로 이미 ‘이름없는 독’이라는 후속작이 등장한 상황은 ‘스기무라 사부로’라는 평범하기에 독특한 인물의 가치가 입증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 캐릭터가 꽤나 강한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단순히 ‘평범하다’라는 특성 때문이 아니라도 글쓴이가 입혀놓은 디테일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뭐, 가장 대표적인 것은 대기업 가문의 데릴사위라는 위치, 그리고 장인과의 미묘한 관계가 될 듯 싶겠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내면적인 갈등은 보너스다. 너무나 평범하게 ‘보이지만’현재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과 관계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그 역시 고민과 갈등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인간적으로 잘 만들어진 캐릭터가 되어 생명력을 연장 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평범하다’라는 것이 정말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당연하지 않게 풀어 낸 것은 역시나 글쓴이의 역량인 것이다.

이외에도 ‘스기무라’라는 캐릭터의 특성 상 상황에 대한 변화가 빠르고 분명하게 드러나진 않기에 이를 보완하는 다수의 캐릭터도 흥미롭다. 그렇게 주인공을 중심으로 혹은 좀 겉돈다 하더라도 각각의 관계들은 작품의 중심적인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러한 특성은 글쓴이 고유의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장들이 기능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면을 전달하는데도 능숙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고 있었다.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과 병행해서 주로 보고 있었는데 비교 대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유사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들로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이 좀 더 기능화된 느낌이 있어 상대적으로 더 느끼고 있었다) 글쓴이의 글을 전부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어오는 과정에서의 개인적인 판단이니 참고하시길.

어쨌든 많지 않은 분량 내에서 압축적인 이야기를 부담없이 풀어낸 작품이다. 글쓴이의 글을 좋아한다면 이미 읽었겠지만, 처음 글쓴이의 글을 접하는 사람이라도 추천서로 괜찮을 듯 싶다.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사용하였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1. 대기업 가문의 데릴사위라는 그의 위치는 그가 가진 물질적 조건을 표면화시키는 것이라기보단 평범한 샐러리맨일 수 밖에 없는 그의 입지와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이기 위한 최소한의 내적 갈등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본문으로]
  2. 사회적 이슈를 종종 미스터리로 풀어갔던 글쓴이의 경향을 본다면 의외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본문으로]
  3. 제목에서도 말하는 누군가의 의미는 굳이 깊게 들어가려면 들어갈 수도 있다. 작품 속에서 표면화되려하지 않는 '누군가'의 의미는 글쓴이 특유의 사회적 사색으로도 지켜볼 수 있으나 그런 것은 독자 개인의 취향으로 맡기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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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의 심장 - 완전범죄 살인릴레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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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의 심장 (2007, 1989)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1989년 작. 20여년간 글을 써온 그의 작품군 중에서도 초기작에 속하는 작품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타쿠야는 성공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집착은 자신이 근무하는 대기업의 사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결실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결실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한 여자로 인해 실패할 위기를 맞게되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이 이 여자로부터 협박을 당한 또 다른 두 남자의 등장. 세 남자는 자신의 앞 길을 막는 이 여자를 살해하기로 계획하는데...


범인과 트릭을 독자에게 미리 드러내놓고 진행하는 추리소설을 '도서형 추리소설' 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와같은 특성을 보이고 있는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작가가 보여준 작품 속 성향과 꽤 궁합이 좋아 보인다. 아니, 초기작이니만큼 이 때부터 이미 그의 성향은 어느 정도 결정 되어졌는지도.

추리소설은 독자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문학이다.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거쳐 사건을 밝히게끔 구조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독자는 논리적인 사고에 대해 능동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아닌 과정을 그냥 지켜보기 마련이다. 그리고 짐작할 수 없었던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의 쾌감을 즐길 뿐이다. 상당 수의 경우 과정은 개연성만 충족되면 충분할 것이었다.(추리문학에 익숙해져서 논리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고 결과를 짐작하는 것은 논외) 그리고 작가들 역시 그런 독자들의 요구에 맞춰 과정의 일부분을 늦게 밝힌다거나 생략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특성은 한 가지 전제조건에 기반하고 있는데, 미스터리의 비밀을 밝히는 것, 즉 트릭과 범인의 정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추리소설 장르에서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이런 특성이 문학적 한계를 지어온 것도 사실이다. 


'도서형 추리소설' 이라는 형식은 고전적인 스타일과 다르다는 점 이외에 의도적으로 과정에 시선을 돌렸다는 점에서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까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언급하진 않겠지만 이 작품은 서론에서부터 계획되어지고 실행 된 한 살인사건을 통해서 관련된 용의자와 피해자, 그리고 제 3자 간의 관계를 통해서 드라마를 형성하고 있다. 살인사건에 관계된 용의자들의 긴장감과 계획에서 어긋나버린 상황, 그리고 감춰진 진실 등을 통해 단순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 외에 것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가 자체의 특성이 되버린 듯 하다. 이후에도 동기와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많이 나와줬으니까.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용의자 X의 헌신' 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았던가?


여담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글쓰기가 상당히 기능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마치 시나리오를 읽은 듯 한 느낌이랄까. 구조적인 면에서 군더더기가 없다. 필요없는 상황이나 캐릭터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풋. 스포일러가 될지도.

여러 작품 중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 의 성향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일 듯 싶다.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 충분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잠시 시간을 할애해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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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 -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22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22
김명석 지음 / 책세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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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 (2009) 

김명석
책 세상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했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글을 발표하고 있으며, 기성 작가들의 행보 또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수용하고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시점에서 마치 낯선 것을 대하는 것 처럼 이해할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든지도 10년이 훌쩍 넘은 가운데 높은 벽처럼 존재해온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새로운 매체를 통해 발표되는 글들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책은 그러한 현상을 되새기고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매체에 적응하면서 변화해가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 그리고 변화에 대응하는 기성문학계의 반응들을 살피면서 나름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인용, 분석하는 '촐라체', '개밥바라기 별', '디지털 구보 2001' 과 같은 글들은 그런 현상을 이해하는데 좋은 예로서 사용되고 있다.
어쨌든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짧지만 공감할 수 있고 인상깊은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
모니터를 통해 글을 봐오기 시작한 것은 사실 20년도 넘었다. 인터넷이 존재하기 이전에도 통신 서비스는 존재했었으니. 대표적인 사례가 '드래곤 라자' 아니겠는가. 다만 통신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소수였고 대중적인 흐름을 이끌어내기엔 무리였을터. 물론 기성세대가 새로운 매체로 부터 생산되는 것의 퀄리티를 의심한 것도 있었겠지만.
이제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새로운 또 하나의 사회로 각인되어 가는 시점에 이르렀고 그로부터 생산되는 컨텐츠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로인해 발생된 변화는 현 시점에서 적응만을 요구하고 있다. 여러 루트를 통해서 비판의 시각 또한 유지해왔지만 변화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그냥 적응하는 것 뿐.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유익하게 말이다. 여전히 종이책이 훨씬 더 좋고 모니터를 통해 글을 보려하면 형편없이 떨어지는 가독력에 짜증이 치솟기도 하는 1인이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특성은 역시 경계의 변화랄까? 이젠 누구나 원한다면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것은 마치 숨겨졌던 보물을 찾아낸 느낌이다. 좀 더 쉽게 꿈꿀 수 있고, 쉽게 꿈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은 좋지 아니한가. 또한 글쓴이도 지적하는 것처럼 작가와 독자와의 관계도 힘을 뺀, 능동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변화이고. 

적응만이 살 길이다.
이미 젊은 작가들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삶의 일부처럼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며, 앞으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온라인 속에서의 삶이 어떠한 가치를 지닐 것인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컨텐츠가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학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뒤쳐져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변화와 적응이라는 키워드를 어느 때보다 시급하게 수용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인간의 본질을 더욱 자극시켜주는 이러한 변화는 환영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이 책에서는 문학이라는 한정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사회 전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진통이 아니던가. 살아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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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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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2009)

글쓴이 : 강영호, 김탁환
출판사 : 살림


사진가이며 소설가인 작가들에 대해선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강영호 작가는 어느 땐가 춤추며 사진찍는 기행을 TV를 통해서 잠깐 접했을 뿐이고, 김탁환 작가의 책은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므로 작가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는 이 책을 읽는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독서를 끝낸 현 시점에서 그런 사실은 다행인 것인지 어떤지? 
 
상대성인가
인간인간인간
반딧불이인간
웨딩인간
끈적인간
아몬드인간
알바트로스인간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단편이라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강영호'라는 인물을 통해서 서로의 접합점을 갖고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되는데) 사진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강영호' 라는 인물과 일맥상통을 이룸으로써 환상이라는 책의 특성과 저자가 존재하는 현실간의 이음새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이 작품이 '관계' 라는 것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음을 조금은 엿볼 수 있을 듯 하다.

각 단편의 제목만 살펴보아도 분명하다.
7가지 이야기의 제목들은 '인간' 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속 내를 들여다보아도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하다못해 독특하고 신기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관계' 만큼 가볍지만 무거운 말이 있을려나. 인간을 언급했을 때 반드시 떠올려야 하는 주제이니 앞서 언급한 점들과는 꽤나 잘 어울리고 있다. 물론 통상적인 이야기다.


이 작품은 여러 장르적 특성 가운데 '판타지' 혹은 '환상' 이라고 불리울 만한 것을 수용하고 있다.
신기하면서도 기괴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글.
그리고 그런 이미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사진.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지만 과연 이들의 조합이 인간적인가에 대해 의문스러워진다면 이 책을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세가 된 것이라고 보면 좋겠다. 신기하면 신기한대로, 기괴하면 기괴하다고 느끼는대로 읽을 수 있으면 족하다. 작가들은 나름 신경써서 작업한 것이겠지만 너무나 남다른 나머지 무언가 있겠다 생각하지말고 그냥 즐길 수 있는 만큼만 즐기면 좋겠다. 물론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인간에 대한 수식어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와 조합을 이루고 있는 제목에서, 기괴한 주인공의 특징에서 (이야기 속 '강영호' 는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관찰자의 입장을 더 드러내고 있다) 강박증을 엿보고 의심할지도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의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담겨진 사진에서 이미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게 할 만큼 강렬한 포스를 풍기고 있으니 지나친 의식과 분석은 스스로의 즐거움 자체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던 작가들이 의기투합해서 하나의 결과를 낳은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다. 독자의 입장을 벗어나서 의식, 취향, 관심, 이해 등에 있어서 타인과 결합을 이루는 느낌은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동경이 있다. 말 그대로 동경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짝지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기나 한 걸까? 남자든 여자든 그런 사람과 평생 관계를 이루고프다.
책 후반부에서 밝히듯 이런 두 작가는 후속작에 대한 관심도 있어보인다. 조금 기대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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