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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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설 열국지 - 전13권
유재주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때 삼국지와 초한지를 무지하게 재미있게 읽고 그와 비슷한 소설을 찾던 중 중학교때 <열국지>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6권까지 샀다.
그러나 <열국지>는 등장하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그 당시의 내가 따라가기엔 벅찬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2권까지만 보고 책을 덮었던 기억이 있다.
세월은 지나서 난 대학 신입생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서 첫 여름방학을 맞고 있었다. 의미없는 날을 보내다가, 문득 예전에 구입했던 <열국지>가 떠올랐다. 예전의 악몽 때문에 선뜻 먼저 읽기는 겁이 나서 존경하는 고우영님의 만화 열국지를 먼저 접했다.
하루만에 만화 열국지를 읽고나서 고우영님의 능력에 진심으로 감탄했고 열국지의 뛰어난 재미에 대해서 새삼 놀라게 되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평설 열국지>를 읽기 시작했고, 하루에 꼭 한권씩 13일만에 단숨에 다 읽게 되었다.
우선 만화 열국지가 완독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했다. 사실 열국지가 사람도 많이 등장해서 많이 헷갈릴 수도 있는데 소설을 보다보면 만화에서 본 장면이 생각나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유재주 작가의 필력과 다른 열국지 책들 중에서도 <평설 열국지>가 가지는 장점인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여졌다는 점도 또한 읽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만화 열국지에선 소진,장의 까지는 어느정도 언급이 되어있지만 그 이후 시대에 대해서는 그저 <진시황>에 관해서만 몇장 언급하고 끝이 났는데, 소설 열국지에서는 그 외에도 다양한 인물- 악의, 백기, 전국 4공자, 여불위, 이사, 한비자 등등- 이 나와서 생각지 못한 기쁨이었다.
어쨌든 이 무더운 여름 날 <열국지>는 분명 에어컨 이나 그 어떤 것 보다도 내게 있어서 더위를 잊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였고, 더 나아가 그 수많은 인간상들을 보면서- 손빈이 두 다리를 못쓰게 되면서도 미친척까지 해가는 처절한 인내 끝에천하를 뒤흔들게 된 것이라던가, 공자 중이의 그 처절한 인내 - 나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내 생의 최고의 여름 선물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