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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성 평론가로 산다는 것 - 평론가 심영섭의 삶과 영화 그 쓸쓸함에 관하여
심영섭 지음 / 열린박물관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과 여성 평론가로 산다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 일일까? 영화 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책을 읽기 전,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똑똑하고 다부지고 때론, 날선 칼날처럼 사람을 심장을 후벼파는 냉철함을 지녔을 것 같고, 부유한 집에서 꽃처럼 자랐을 것 같고, 자신의 일에 전부를 내 걸만큼 열정적인 사람’이 사전적인 심영섭의 정의였다.
과거형… 그게 아니었다. 성이 다른 두 아이를 키우는, 이혼의 아픔을 겪었던 적이 있고, 보통 2시간 보여지는 영화를 20자로 축약해서 평을 해 영화감독들의 미운털에 박히기도 했으며, 어떤 영화든 꼭 봐야 하는 직업 특성상 아이를 갖은 몸으로 김기덕의 영화 ‘나쁜남자’로 태교(?)를 하기도 했다.(그것도 세 번도 넘게 봤단다. ─.─^)
그녀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단다. 영화 보기를 좋아하시던 어머니 덕에 암표를 사서라도 꼭 극장에 데려가시던 아버지.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극장 나들이가 아무렇지 않았고, 절로 영화에 빠져들었다던 그녀.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이 김수지란 예쁜 이름대신 ‘심리학과 영화를 두루 섭렵한 사람’이란 뜻을 지닌 심영섭으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이 책은 그녀의 삶 이야기 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시선과 영화인들의 이야기도 가득하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영화제목과 배우들 이름이 태반이지만, 그녀가 소개하는 영화이므로 꼭 한 번 봐야할 것 같은 약간은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년 전, 김기덕 감독 새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책이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라며 그녀가 찾아와 책의 위치를 물었다. 메이크업이 안 된 얼굴 이었지만, 실물은 조그맣고 따뜻해 보이는 인상 이었고, 내가 알고 있는 책과 저자 마르케스에 대한 정보도 열심히 설명했다.^^
책에서 만난 그녀와, 실제로 만난 그녀.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여성 평론가로 살아가는데 평론가로써의 목소리와 여성으로써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대체 나는 대한민국에서 여성 ○○○로 살아가게 될까? 저 동그라미 안에 들어갈 나의 미래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그녀 못지않은 열정을 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