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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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번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말을 마주하였다. 어쩜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버리는지...


네이선은 젊은 나이에 업계에서 손꼽히는 레인메이커가 된, 그야말로 눈부신 커리어를 쌓고 있는 뉴욕 맨해튼의 잘 나가는 변호사이다. 

여덟살에 처음 만나 운명이라 믿었고 열렬히 사랑했던 말로리와의 결혼은, 둘째 션을 잃는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몇달 전 이혼으로 끝났버렸는데, 아직도 이별의 고통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네이선에게 저명한 거물급 외과 의사인 가렛 굿리치가 찾아온 이 후로, 그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꾸만 제 중심으로 생각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박사님,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얘기는 저한테 볼 일이 있다는 겁니까?"


"...."


"굿리치 박사님, 저한테 볼일이 있는 건지 물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알아야 하는 게 바로 그겁니까? 제 차례가 온 건가요? 제가 벌써 세상과 '굿바이' 할 시간이 된 겁니까?"


굿리치가 극도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급적 이런 얘기는 피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나 어차피 피해갈 수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꼭 그런 건 아니오."


네이선은 마지막 말은 귀담아 듣지도 않고 흥분해 큰소리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당신은 늘 이런 식입니까? 그 잘난 '예측'을 하게 되면 다짜고짜 사람을 찾아가 '정신 차리시오, 살 날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으니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서둘러 마무리를 지으시오'라고 몇 마디 던지고는 훌쩍 사라집니까?"


믿을 수 없었지만 굿리치가 말한 데로 사람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게 되자, 굿리치가 왜 자신을 찾아오게 되었는지 알게 된 네이선은 2주간의 휴가를 내고 말로리와 보니를 만나러 샌디에고로 가게 된다.


내가 읽었던 모든 기욤뮈소의 소설은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 속에서도 어둡지 않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결국은 해피엔딩이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는데, 이 번 "그 후에" 는 예견된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서인지, 중반부가 훌쩍 넘고, 몇 십페이지가 남지 않았는데도 계속 마음이 아려왔다. 


제발 그냥 이대로 죽게 하지 말아줘....


그.러.나.

채 열페이지도 남지 않은 상태에게 펼쳐진 반전....


아... 

마지막까지 다 읽고.. 다시 첫페이지를 펼쳤다. 그리고, 중간 중간 반전의 복선이 된 부분들을 다시 찾아 읽었다.


기욤뮈소의 소설 중, 이렇게 마음을 후벼파는 작품은 처음이다.

그 후에....

그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번 소설도 역시나 기욤뮈소의 다른 소설들 처럼 한 편의 영화를 보든 듯 장면 하나하나가 눈 앞에 그려지며,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네이선과 말로리의 첫만남에 부터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보니를 낳고 션을 가지며 행복했던 그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많이 보아서인지 내 머리속에서도 그 다지 어려움없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푸른 바다와 맨해튼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생생하게 그려졌다. 특히 네이선이 딸 보니와 아파트에서 같이 저녁을 준비하며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참으로 마음이 아려왔다.



아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말똥말똥 뜨고 그를 쳐다 보았다.

"아빠가 죽는데 슬퍼하지 말라고?"

아이가 터무니없는 얘기라는 듯 되물었다.


"물론 슬퍼할 수는 있지."

네이선은 표현을 조금 완곡하게 했다.

"하지만 너무 안타까워하거나 네 잘못이라 여기지는 말라는 뜻이야. 아빠가 죽는 건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잖아. 아빠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엄마도 물론이고, 아빠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어. 우린 함께 많은 걸 했고,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을 생각하며 살아가면 되니까"


"아빠도 아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랬어?"

네이선은 질문을 받는 순간 당황해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를 쓰긴 했어. 보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걸 겁내선 안돼."

"응."

아이는 말뜻을 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씩씩하게 대답했다.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 죽을 경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시 바삐 극복해야만 해. 네 곁에 있는 사람들이 큰 힘이 돼줄 거야."

"난 엄마나 아빠에게 도움을 받아야 되겠네, 그치?"

"그래, 두려운 게 있거나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지 달려와. 네가 지금보다 훨씬 자란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언제나 엄마 아빠를 제일 먼저 찾아와. 혹시 아빠가 죽으면 엄마에게 의지해. 너에게는 정말 좋은 엄마가 있잖아. 엄마는 너의 슬픔을 어떻게 어루만져줄지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래도 정말 힘들 것 같아."

아이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글을 마무리하며, 표지를 다시 한 번 봤는데, 그제서야 새삼 표지 이미지가 달리 보였다. 

싱가포르로 가는 6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힘들지 않게 해 주었다는 좋은 기억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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