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나와 우리를 묻다 - 20가지 주제로 읽는 서양미술
박제 지음 / 이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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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미술과 관련된 책을 보는 건 항상 재미있다. 미술 관련 도서는 대학생 시절에 처음 접했는데, 창비에서 나온 서경식님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 라는 책이였다. 그 책을 통해 서양 미술을 해석하는 시선에 대한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작가와 그림의 탄생 배경, 그리고 현재까지의 긴 세월 동안 겪게된 작품의 다양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지적 호기심으로 가끔씩 서양미술 관련 책을 읽곤 한다.


함정이라면, 책을 읽을 당시에만 재미있어하고, 책을 덮으면 다 까먹는다는 사실... ^^
사실 그 긴 서양 미술사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없이 (그렇다고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다. ㅋ) 단편단편 작품들만 저자들의 해석을 따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듯 책을 읽은 탓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여러 책에 실려있는 아주 유명한 명작들도 계속 새롭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여튼, 아직도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책에서 본 것, 그 이상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지 못하지만, 주말을 낀 9일간의 긴 출장 기간을 함께 해줄 책으로 박제님의 <그림에 나와 우리를 묻다> 를 선택했다.


대만으로 출장가는 에바항공 비행기 안에서 - 2016.2.17


어떤 작품을 '명작'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작용하겠지만, 우리가 그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거기서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해석의 다양성'이야말로 명작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명작이 '여러 개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보물창고'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머리말에 나와 있는 이 문장이 바로 내가 예술과 관련된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서양 미술의 대표적인 명작 20점을 "나" 와 "우리" 라는 관점에서 정의, 용기, 중용, 단결, 희생, 창의력, 정체성, 개혁정신, 허영, 거짓, 탐욕, 폭력, 고정관념 등의 주제로 해석하고 있다.

20개의 작품들에 대한 해석이 정말 흥미로웠는데, 그 중 가장 나의 시선을 끈 작품이 두 가지가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 와 드라투르의 "점쟁이"이였다.


이카루스의 추락, 피터르 브뤼헐 (De val van icarus, Pieter Bruegel De Oude), 출처: 위키피디아


하늘에 떠 있는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려다 바다에 떨어져 죽은 이카루스 신화를 마젤란 탐험대가 배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고 지동설이 제기되기 시작한 16세기, 르네상스 시절에 새롭게 태동하는 과학 정신과 합리적인 사고를 담뿍 담고 있다는 해석이 참으로 놀랍게 다가왔다.
거기에다가 '너무 낮게도, 너무 높게도 날지 말라라'는 -자만하지 말고, 극단으로 치닫는 자기 도취의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라는- 아카루스 신화의 본연의 교훈까지 놓치지 않았으니..



점쟁이, 드라투르 (La Diseuse de bonne aventure, Goerge de La Tour), 출처 : 위키피디아


드라투르의 점쟁이는 이번에 처음 알게된 작품인데, 풋내기 젊은 군인과 영악한 점쟁이 집시 노파, 그리고 또 다른 소매치기의 긴장된 시선들이 묘하게 눈길을 잡아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아이러리는 이작품이 현재에도 위작의 의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거짓된 모습이 이 작품 자체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또다른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원화들이 많이 실려 있는 책이 참 좋다.


오래된 명작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좋긴 했는데, 가끔은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작품의 어느 부분을 설명하는지 알수 없거나 작품이 너무 어두워서 설명하는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도 있어서 다소 아쉬웠다.




오랫만에 서양 미술에 대한 지적 허영심 호기심을 채울 수 있어서, 다 읽고 나니 참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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