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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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팔 자리에 오른팔을 붙인다는 건가요?"
"그렇죠."
"어허…… 이런, 보통은…… 없는 것보다야 오른팔이라도 있는 게 낫겠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가서 확인하고 올 테니 잠시 기다리세요."
"혹시라도 며칠 뒤에 다시 오면 왼팔이 하나 들어와 있지 않을까요…."
"여기 백인 팔과 흑인 팔이 하나씩 있군요…….."
"같은 색으로 하죠……. 흑인을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이유라면…..."
운이 좋지 않았다. 천국에서 오른팔만 두 개인 채로 불멸을 살아가야 하다니. (콧소리로) 자 이제 성호를 그어봅시다! (성호를 그으려다 멈칫한다. 손을 바라본다) 어떤 팔을 써야 할지 난감하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손으로 재빠르게 성호를 긋는다) 영원히, 수백만 년을 바보 같은 꼴로 살아야 한다. (두 손으로 다시 성호를 그어본다) 천국에서. 지옥이 따로없다. 웃을 일이 아니다.
(돌아서 무대 장막을 향해 간다. 퇴장하려다 마지막 걸음을 떼기 전에 멈춘다. 다시 뒤를 돌아 관객을 본다.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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