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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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연스레 죽음을 상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삶은 살아있음으로 가득 차 있고 지금 당장 숨을 쉬는 영속의 행위가 당연하게 동반되는데 그것을 멈추고 정지를 의미하는 죽음을 떠오르기에는 삶은 너무나도 빈틈없이 계속된다. 삶이 죽음과 맞닿아있는 특수청소업체라는 작가의 일은 그런 관점에서 보면 꽤나 특별하다. 때문에 작가가 사람들과 대화하며 돌출되는 어이없는 질문들은 신기한 일반 대중의 시점에서 바라보기에 당연할 따름이다. 대중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상의 죽음은 존재하고 있지 않다. 작가가 대면하는 여럿 상황을 지켜보았다. 시를 쓴다는 작가의 배경도 그러했지만 유연하게 써 내려간 문장들과 현장의 생생함이 읽는 독자에게 부담을 지우려 들지 않으려는 듯이 세심하고 배려 깊은 문체로 다가왔다. 아마 작가 본인의 성품 또한 그러하겠지.

화자는 자신의 일을 단순히 한 공간에서 다른 장소로 물건을 옮기는 업무로 단순화하고자 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대상이 얼마나 사람들이 기피하고, 복잡하고, 더럽고, 외면하고 싶은 물건일지언정 간략하게 일상의 삶에서 부정되어야 할 쓰레기임을 간과한다면 개체가 움직임의 이동만 존재하는 변화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는 현실이 되었을 때 삶과 죽음의 대비되는 성격처럼 극에 다다른 양면성을 드러낸다. 근친조차도 외면하고 싶은 죽음이 한 사람을 뒤엉켰을 때 작가라는 역할을 찾는 수요는 증가할 뿐이다.

사람은 왜 죽음 후 어떠한 신호도 낼 수 없는 정지된 상태에서도 냄새와 지저분한 흔적을 통해 주변에 구조를 요청하는가. 스스로가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죽음은 또 다른 이의 손과 발을 필요로 한다. 생을 시작하고 죽음을 마무리하는 끊임없는 굴레 속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은 서로 기대어 살아가야 할 인간의 당연한 숙명에 따름인가. 때문에 누군가의 죽음이 매시 전전긍긍하지만 피폐하게 파헤쳐진 현장의 뒷수습 앞에 초연한 모습으로 상황을 마주하는 작가라는 사람이 더욱 기이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책을 통해 나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풀어나가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담아두고 있는지, 혹은 그가 일을 통해 여러 번 마주해야 했던 심적인 혼란과 불안정한 마음상태가 꿋꿋이 하지만 동시에 흐릿하게 담아있기에 아련하게 묻어나는 감정을 결코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 또한 오늘을 살고 살아가고 있지만 누군가의 죽음과 맞닿아있고, 또 내가 대면할 죽음을 결코 간과하지 않고 있기에 지금의 순간이 이토록 불확실한 모호성 가운데 더더욱 삶이 애틋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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