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리커버 특별판)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걸어도 걸어도’와 ‘태풍이 지나가고’의 작품을 여러 차례 감상하며 저는 ‘고레에다’라는 일본 감독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감독이 영상으로 담아낸 무미건조한 일상의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홈드라마’인) 시퀀스도 물론이거니와, 별특성 없는 것 같아 보이는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성만으로도 (이와는 상반된 무언가 강렬한 시끄러움과 자극이라는 사건 없이도) 큰 파장을 표현할 수도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영화로써 접한 감독의 작품을 뒤로하고서라도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하게 어느 한 영화감독이 자신이 이끌어온 작품세계와, 그 후면의 감춰졌던 사적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스스로를 점검하며 작가 자신을 슬그머니 내미는 한 권이 아닐까 합니다. 이는 기존에 유심히 감독을 관찰하던 독자에게도 혹은 이 책을 통해 감독을 새로 접하는 분에게도 영화를 만드는 어느 한 직업인의 감독은 무엇인지에 대한 꽤 흥미로운 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써 내려간 문장을 통해 감독의 성품을 살펴봅니다. 감독의 성격은 어떠할까? 나긋나긋하게 분명한 한 마디를 끊어내는 글줄에서 왠지 감독과 마주 앉아 대담을 듣는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텔레비전을 기반으로 하여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가고 있는 감독의 배경이 신기했습니다. 글을 통해 그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대략적이나마 그가 가진 걱정과 고민을 그대로 표현해 주었기에, 저는 그 가운데 사소한 디테일이 엿보여 감독의 최종 작품인 영화를 감상하는 것만큼 또 다른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16년에 출판되어서 그가 얘기하고 있던 담론은 이미 오래전 일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집필당시 마음속에 담고 있던 목표를 이미 잘 이뤄낸 것일지, 현재의 그와 책 속의 그를 비교해 보는 것도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재미라면 재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덮으며 최근 감독이 활발하게 활동한 후기들이 더 궁금해지는 건 아마 이 책이 담지 못한 가장 큰 아쉬움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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