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좁아도 홀가분하게 산다 - 작은 공간, 넉넉한 삶
가토 교코 지음, 은영미 옮김 / 나라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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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없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그것은 쉽고 어려움을 떠나 스스로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무언가는 될 수 있다. 새하얀 벽과 바닥이 선명하게 드러난 공간. ‘미니멀리즘’ 하면 대중들이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 이미지가 있다. 어떻게 저렇게 살지? 라기보다 이상적인 공간의 한 프레임이 되어 오히려 성스러운 경지에 이른 허황된 그런 이미지. 결론은 쉽다. 그득그득 기업들의 마케팅과 누군가의 소셜미디어에 의해 강요된 물건들을 한쪽으로 밀어내 버리면 누구든 빈 공간은 차지할 수 있다. 다만 그게 또 어떤 강요와 수동적인 사상 주입으로 인한 행동의 결과이면 결론이 간략해진다고 해서 유지하고 영위할 수 있는 무언가는 결코 될 수 없다. 
이 책은 ‘미니멀리즘’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각각의 가정들이 그들 나름의 원칙을 통해 공간을 구성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아주 작은 단면을 제시할 뿐이다. 이 책의 어느 부분에도 ‘미니멀리즘’을 강조하고 있지도 않다. (소개된 가정들이 아무리 깔끔하고 정돈된 모양을 보여 준다들 전혀 미니멀해 보이지도 않다) 가장 인상적인 공통된 화제는 넓은 공간을 목표로 삼지 않고 대중들이 선호하는 화려한 이미지를 우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은 좋은 입지와 대중교통과 같은 지역적인 선택을 우선으로 부득이하게 좁은 공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론을 내렸다. 발상의 전환은 어찌 보면 그동안 대중들이 너무 안일한 생각에 갇혀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항상 식구가 늘고 아이가 생기면 으레 넓은 집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건이 자연스레 늘고 사람이 늘어난다는데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엄청 불순한 생각인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였으니까. 
언제부터 그렇게 물건을 소유하고 늘리며 편리를 추구한다는 이명하에 가득한 기물들을 껴안고 살아온 것일까. 물리적인 물건뿐만도 아니다 생각이나 행동도 모든 끌어안고 담아두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시대는 공유와 오픈된 온라인의 장에 모두 열려있고 누구나 소유하며 상호교환 가능하며, 각자의 소수에게 한정된 소유물 없이 개방된 세상을 마련하는 듯했으나 실상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물건을 많이 구입하고 가지려 들며 물건을 저장할 더 넓은 공간과 면적을 우선시하였다. 하지만 이도 부족한지 별도의 저장공간까지 만들며 여분의 공간을 요구하며 점점 더 광기로 치솓는 것 같다. 물건에 복종하는 상업주의는 대중을 피곤하게 만들고 피폐하게 한다. 늘 부족함을 부추기며 초라한 면모만을 부각하는데, 이미 길들여진 우리는 이에 대응할 힘조차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좁은 공간이 오히려 그 대안이라며 다수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여기의 가정들이 우스꽝스럽게 도드라지는 건 어쩌면 이 세상에 당연했다. 더 이상 공간의 좁고 작음이 단점으로 인식되지 않는 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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