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말하지 않는 것들
매리언 네슬.케리 트루먼 지음, 솝희 옮김 / 현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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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처한 미국이라는 환경을 배경으로 해서 직접적으로 와닿는 작가의 행동이 다소 멀게 느껴지기는 하나, 그러한 연유 때문에 먹는다는 아주 기초적인 인간의 행위가 지금 방식 그대로 지속됨이 마냥 긍정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기업의 상업행위가 과도함을 넘어 지나침과 이를 묵인한 정부의 과제로 인해 소극적인 고객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이지만 그 조차도 너무 익숙하고 길들여진 습관 탓에 대중 스스로 이상함을 이상하다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직접 기르고 가꾼 작물들은 이미 ‘유기농’과, ‘오가닉’ 혹은 ‘팜투팜’이나 ‘공정무역’이라는 온갖 겉치레로 한껏 멋을 낸 문구로 라벨링 되어, 길러서 먹는다는 극히 간단한 과정이 복잡한 누군가의 계산과 마케팅의 일환으로 변모되었다. 소비자는 스스로를 위한다는 타인의 주문으로 인한 이끌림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강요받으며 프리미엄이 붙은 라벨을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스스로의 선택과 기회의 신뢰감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과거의 당연했던 식재료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고 오히려 낯선 가격으로 매번 구매를 당혹하게 하는 오름새를 보여주는데, 기업이 가공해서 멋지게 광고하는 식품들은 어찌나 저렴하고 간편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후변화라는 거창한 명제를 거론하지 않아도 식생활을 위해 둘러본 장바구니에서 우리는 쉽게 그 변화를, 그리고 어렴풋이 담긴 위기를 느끼게 된다. 먹고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었나 하며 과거의 기억을 되새겨 보는데, 새삼 이런 사실이 슬프고 고달프게 느껴진다. 비대한 성장의 영광에 가려진 그늘이 개개인의 식탁에까지 이내 드리웠다는 사실에 새삼 매우 애석했다. 착취와 타인의 수고를 모른 채 당장의 비용을 아끼던 영수증이 이제야 그 청구서를 들이미는 현실에 암담함을 느낀다. 개인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작가는 모여서 생각하고, 투표로 발언권을 내고 정치적인 참여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라고 했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반짝했던 위기감이 과연 선거철이 다가오는 그때에도 유효하게 힘을 발휘할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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