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복 탐구 : 새로운 패션
박세진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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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매거진에 실리면 찾고 헤매던 마지막 퍼즐조각처럼 딱 알맞게 적당한 글이 아닐까 했다. 정작 화려한 잡지 페이지에서는 번쩍거리는 이미지에 눈길에 사로잡혀 가독성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작가가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5pt로 가지런히 마련한 깨알 같은 글들은 읽지 못하겠지만. 
내가 ‘패션’이라는 거추장스럽게 무거운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가 하면 그 결과물로 자신을 돌아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내 기준에 ‘패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란 신상판을 구매하기 위해 셔터가 굳건한 매장 앞에 줄은 한 번쯤 서서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주한 분들이 아닐까 했다. 그런 반면에 왜 그렇게 나는 의류브랜드에 많은 돈을 기부해왔는지도 동시에 의문이다. 맘에 들어 혹은 누군가가 입고 있어 멋져 보였던, 쇼윈도의 마케팅에 사로잡힌 그대로의 복사 붙여 넣기 착장은 매번 실망과 좌절이라는 감상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신상으로의 호기심의 악순환을 고착화할 뿐이었는데도 인간의 습관이랄까 본능은 변화할 기색이 없어 보였다. 패션브랜드는 이런 나의 패턴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히려 가소롭게도 소비자의 엉뚱한 선택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유도하겠으나) ‘패스트패션’이라는 시장을 창조해내고 변화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고객에게 선택폭과 신속성을 그리고 무엇보다 가성비를 철저하게 제공해 주었다. 이제 와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가를 점검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버린 미궁가운데 작가는 ‘일상복’과 ‘패션복’의 차이를 구분을 시작으로 아주 단순하게도 혹은 다수가 모른척했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던 욕심의 한계를 인정하길 바랐다. 사실 이 구분으로 시작한 주절거림이 이 책의 모든 내용이지만, 왜 그렇게 한 권을 통해 끊임없이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옷에 관한 고찰을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무언가를 작가는 분명하게 시사한다. (그게 끝없는 소비라든지,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진 의류노동자 혹은 의류제작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등 문제점에서 시작한 시사점에서 출발하든 무관하게) 
잘 갖춰 입는다는 것의 포상을 타인의 시선을 예민하게 기준하기에 앞서, 나는 어느새 나 자신의 편의와 감정을 우선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무엇보다 나의 취향이 무엇이었는지, 이전에 실패했던 의류들을 돌아보며 (혹은 반복하며) 이미 가진 옷들의 소재, 형태와 색감을 그리며 패턴화 하는 그런 단계말이다. 무턱대고 맘에 든다고 구매해버리는 습관을 완벽하게 버리지는 못했으나(오히려 24시간 운영되는 온라인매장의 편의성은 이를 더 확대하면 강조했지 소멸시키지는 못했다) 충동이라는 과감함을 현명한 인스피레이션으로 포장된 감각으로 패션에 녹일 수 있다면 그걸로 또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여러 가지 룰이 생기고 그걸 또 파괴하고 새로운 자산을 형성하고 무너뜨려버리고 하는 반복된 혼동 속에서 살아남을까 아니면 흐름을 유연하게 즐기고 있을까?. 답은 없지만 답은 만들어 내야 할 거 같은데 그게 또 내 안에 있어서 불명확한 모호함의 기준은 갈피가 잡기 힘들어 보일 뿐이다. 타인의 시선이든 소비의 불안한 불편함만 없다면 뭐든 그 시작은 조금이나마 변화해 볼 수 있고 좀 나은 선택의 뚜렷함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일상복’이라는 가볍고 친근한 매일의 대상을 어떻게 마주할지 나에게는 또 다른 관점을 던져준 흥미로운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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