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픽션을 극으로 내몰면 이런 유쾌함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걸까. 옮긴 이의 말을 빌려 이 책이 흔히 오쿠다 작가의 ‘이라부 시리즈’의 세 번째 편임을 알았다. 시리즈는 ‘인더풀’, ‘공중그네’와 함께 구성되어있다 했다. 뒤늦게 안 사실에 반해 언급된 책들은 모두 내가 다 읽은 책들이다.
한창 일본소설이 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던 시기에 나는 학교 도서관을 전전했다. 일본소설 섹션은 매우 아름답게 정돈되어 신간으로 빳빳하게 채워져 있었다. 양장본의 책등에 적힌 갖갖의 독특한 타이틀이(왜 그렇게 일본소설들은 제목이 특이한 것인지) 이리저리 튀면서 독자들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그 한 섹션을 통째로 읽는 게 목표였고 하릴없이 시간만 축내며 아웃사이더였던 새내기의 취향에 그에 버금가는 취미는 없을 듯했다. 사실 무섭게 읽어 내려간 소설들은 매우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그 맛을 진중하게 보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닥치는 대로 욕심을 어떻게 해서든 채워나가는 무시무시한 욕망의 행위처럼 치부되었다. 그랬기에 이게 시리즈 물이었는지 작가의 큰 그림에 의해 그려진 인물이었는지 알 길이 당시에는 없었다. 알고 있다고 했을지라도 금세 잊혔겠지만.
철 지난 옷장에서 발견한 졸업사진을 바라보는 것처럼 소설을 읽었다. 극히 아는 전개를 읽고 있자니 어느 시점에서 웃었는지 문득 그때의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잠시 들었다. 아주 찰나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