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판사
정재민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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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는 글재주가 좋은 푸근한 아저씨를 한 명 더 알게 되었다.

혼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혼자 먹는 쓸쓸한 밥상은 작가에게 어울리지 않다. 내가 선택하고 고른 지금 먹고싶은 딱 알맞는 메뉴를 즐기는 흐뭇한 작가가 있을뿐. 어찌나 음식을 향한 애정넘치는 표현이 풍부하신지, 책을 읽는건지 밥을 먹으려는건지 분간이 안될정도로 재주있는 작가의 말솜씨에 나도 모르게 스르륵 홀려든다.
작가는 독자에게 분명 당시에는 어렵고 곤란했었을 사건들을 먹을거리에 녹여서 사뿐사뿐히 차근차근 소개한다. 차마 무겁고 어렵게 비춰질까 걱정하는 사려깊은 작가의 배려가 보여, 글을 읽는 내내 나는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진다. 훈훈해진 감상을 더하며 동시에 작가는 엉뚱하다. 좀처럼 주체할 수 없는 유머는 문득문득 튀어나와 피식거리게 하는데, 내가 알고있는 판사라는 직업의 위엄성은 잊혀진지 오래다. 이런 능력(?)을 어떻게 감추고 법정에 나서서 근무를 하셨을지 애정어린 독자로써 오지랖 넓은 걱정까지 했다.

작가와 같이 다방면으로 재능이 출중한 지성인들이 가득한 세상에 함께 살고있다는 불공평한 사실을 탓하면서 새삼 조금도 놀랍지 않을 당연하게 불평등한 세계를 떠올렸다. 작가에게 또 어떤 세계가 있을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나는 작가의 다른 저서를 찾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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