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잘 짜여진 전개도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연결되고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몰고오는..  한다리 건너서 한다리만 걸치면 아는 바닥이 드러난다고들 하던데 꼭 그짝마냥.. 흥미롭게 빠르게 전개되는 내용도 책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등장인물들간의 연결관계가 참 재미있다..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결국은 모두가 이세상은 피해자는 곧 가해자라는 공식을 만들어내는것 같다. 누가 잘한것도 딱히 없고 누가 못한것도 딱히 없는 ..구로사와 앞에 나타난 그 노부부가 한평생 착하게만 살아오면서 끝내 남은건 없다고 느끼고 좀도둑이 되기로 한건 참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대로 조용히 사라진다한들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을 게요. 수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상을 받는 것도 아니란 말이오. 그렇다면, 상상도 못 해 본 일을 저질러 보는 것도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그러고 보니 착함과 나쁨도 종이 한장차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악함도 때론 동정과 이해로 받아들여질수도 있으니까..

등장인물들중 가장 눈길을 끈건 앞에서도 말한 도둑 구로자와다..자기가 만들어놓은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도둑질을 한 다음 유유히 작은 쪽지 한장 남기는 센스를 발휘하는 ..그 쪽지의 내용도 가관이게 빈집에 들어와서 미안하다. 창문을 깨뜨리거나 연장으로 현관문을 망가뜨리지 않았다느니 이 집을 노린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느니 친절하게 써놓는다..이유는  글쎄 귀찮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나..그에게는 그나마 인간적적인 면이 있다..하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을 보는 내 마음은 팍팍해졌다. 살기 힘들어 뭔가에 의미를 거는 그 사람들..그들이 찾는 의미라는것도 삶이 팍팍하다는것을 여실히 드러내주듯 힘에겹다. 애인과 함께 하기 살기 위해서(행복하고 싶어서일까?) 남의 생명과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일려고 드는 정신나간 정신과의사 교쿄나 수십년을 바쳐온 회사에서 단칼에 짤린 40대 실직자 도요타가  벌이는 우체국에서의 어설픈 강도짓이나 아버지의 죽음과 가난속에서 방어적으로  맹신해온 자신의 신을 해체하는 개략에 별다른 자각없이 동참하는 가와라자키 .. 모두들 쳇바퀴 돌듯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것 같기도 하고 씁쓸했다.

돌고 도는 인생을 잘 묘사한 앞표지 에셔의 그림은 예전에도 본적이 있었다. 똑같은 크기의 흰색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똑같이 생긴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계단의 끝이 어딘가 싶어서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던 그림. 다시 한번 유심히 들여다보니 다른쪽 계단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있는 사람도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락 거리는 걸 빤히 뒷짐지고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왠지 그 둘중의 한명쪽에 더 가까운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사실 이쪽도 저쪽도 맘에 안들긴 마찬가진데 말이다..하지만 이런 자세는 삶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자세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한쪽이 되어야 세상에서 살아남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건 어차피 이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니까... 괜찮다고 괜찮다고 나를 도닥이며 매순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왜냐 누구든 인생은 첫 출전이고 인생에서 프로란 없으니까 ..우린 그저 신인답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경기에 임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아직은 인생이 겁나진 않다..다행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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