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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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랜만인가. 이런 독서. 읽는 며칠 내내 다른 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하나의 책만을 들고파게 하는 독서. 나에게 정착된 어떤 인식의 '근거율' 같은 것을 마구 뒤흔들어 마침내 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독서. 이런 말을 하려고 했었군, 싶다가도,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하게 만드는 독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런 의미였구나, 끊임없이 밀어주고 당겨주는 독서. 이러한 끈질긴 거동은, 이 책 기저에서 둔중하게 맥동하는 사사키 아타루의 문체 덕이 클 것이다. 어느 순간 불온하게마저 느껴지는 그의 리듬 때문일 것이다.

팁이랄 것도 없는 이야기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문학=읽기=혁명이라는 단순한 도식, 그러니까 사사키가 책 속에서 여러 차례 '반복'하는 방식을 배반하는 방식으로 읽지 않았다면, <야전과 영원>에 이미 수많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캄캄한 이로 속에서 버둥대는 우리들에게 작지만 환한 빛이 되어 준다.

누군가(들)에겐 안타까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엔 문학=읽기=혁명이라는 명료한 떡밥=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 제목에 이미 '영원'이란 단어가 채택되었다는 것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외려 3부 후반부로 갈수록 모종의 불명료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3부가 끝난 후 짤막하게 실린 보론에서, 그 불명료함은 명료한 미소로 나타난다. 물론 보론이 없었더라도 나는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다시 읽기.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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