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석기용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2008.03.19]

 찰스 부코우스키의 <팩토텀>을 보았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헨리 치나스키가 "'전쟁이 발발했는데 군대도 안 가고' 미국 전역을 떠돌며 20여 곳의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거기서 생긴 돈으로 술을 퍼(처) 마시고, 여자랑 자고(소설에서 나오는 노골적인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표현하자면 '빠구리하고') 그러다 일터에서 짤리는, 아주 단순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단조롭게 나열하고 있다. 말하자면, (옮긴이의 말을 빌려)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를 묘사하는 데 필요한 단어는 "술, 여자, 그리고 잡일" 이 세 개면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 세 단어의 끝없는 변주와 반복" 이 소설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책 소개에 의하면 주인공은 "미국 대중문화에서 안티 히어로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캐릭터"라고 하는데, 얼핏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더욱 삐딱하게 성장하여 20대가 되면 헨리 치나스키와 유사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나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고민에 빠"지 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저질이고 수준 이하며 인간말종(쓰레기)에 가깝지만, 동정이나 연민과는 질적으로 다른 '기묘한 끌림'이 있다. 나에게 이 소설은 캐릭터만이 도두보이는 전형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그건 다 이 '기묘한 끌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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