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7쪽 모파상. 나는 아직도 그의 작품을 읽으면 변함없는 즐거움을 느낀다. 왜 다른 작가들보다 모파상을 더 오래 읽게 될까? 무엇보다도 그의 소설은 내용이 풍부하고 범위가 넓다. 거기다가 너절한 논평이 없다. 또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특성이 있다. 자연스럽게 그 자신만의 색깔을 강화하는 힘, 점점 넓어지는 그림의 구도, 하나의 사건이 가느다란 색선(色線)에 의해 다음 사건으로 부드럽게 연결되는 장면 전환, 사건의 여파를 넓혀 나가는 방식 등이 수채화처럼 은은하여 언제 국면이 전환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다. 모든 글쓰기는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건너뛰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특별히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의 소설에서는 그런 리듬의 변화가 전혀 없고 지그재그로 확 젖혀지는 느낌이 아예 없다. 아주 짧은 글에서도 각 부분들이 잘 호응하여 글쓰기의 속도에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게 펼쳐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