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2쪽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깊은 감명을 받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읽어 온 소설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올더스 헉슬리너 에벌린 워보다 훨씬 훌륭하다. 이 두 작가 못지않은 풍자 정신이 있으면서도 문제의 핵심 ㅡ 환경, 유전, 문명 등 ㅡ 에 직접 대든다. 데이지와 조던 등 등장인물들이 실현하는 인생의 덧없음과 비극이 아주 절실하게 다가온다. 개츠비는 유일하게 그 시대를 표상하는 인물로서 세상에 뛰어들어 정복하려 했으나 물론 실패한다. 스토리는 은밀하면서도 엄정하고, 간결하면서도 절제되어 있다. 라신의 비극 못지않게 "아주" 비극적이다. 개츠비는 그 시대의 특징에 편승하여 그 시대를 매혹하려고 애쓴다. 소설 속에서 아주 은밀한 주관적 구도가 사용되고 있다. 그 구도는 부분적으로 스콧 피츠제럴드 자신이고, 또 부분적으로 그의 천재가 객관화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여 모든 것이 그의 절반쯤 눈먼 비전에 의해 다소간 왜곡된다. 그는 그 시대 속에 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받아들인다. 이것이 그에게 피상적인 동정심을 부여하지만, 그래도 아무튼 그의 사람들과 그들의 딜레마에 대한 동정심을 갖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개츠비는 그들을 반대하고 그들을 비난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헉슬리의 <앤틱 헤이>나 워의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연민이 있다. 아주 유연하면서도 자연스럽고 강렬한 그타일로 그 연민을 보여 준다. 뷰캐넌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의 묘사도 적절하다. 감정이 충만한 장면들도 아주 세련되게 다루어져 있다. 로렌스의 소설보다 훨씬 더 단단하다. 일방적 사랑과 비극적 결말이라는 사랑의 이야기를 전형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는 그리 간단하지 않으면서 그리 복잡하지도 않은 거대한 운명이 깃들어 있다. 소설의 구조도 건축학적으로 아주 단단하게 축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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