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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아주 침착한 객관성. 아주 차가운 시선. 희생당한 자. 그 단조로운 회색의 분위기가 아주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정신으로 밝혀져 있다. <다시 일어나려는 열정적 욕망, 나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욕망, 이런 것들이 나에게 기다릴 줄 아는 강인함과 희망을 준다. (......) 나에게는 수백 명의 친구들이 있지만 나는 겁날 정도로 민감해졌다. 나는 마침내 그런 게으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 때때로 나는 이 고독한 곳으로 나를 보낸 운명을 축복한다. 그런 고독이 없었더라면 이처럼 나 자신을 잘 판단하지 못했으리라.>

 그의 감옥은 내 안의 질병과 비슷하다. 질병은 자유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한시바삐 비켜 가야 한다. 자유를 실제 이상의 어떤 것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하나는 희망이고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도스토옙스키의 러시아 정교회 신자처럼 순교를 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철저한 고행과 겸손을 통하여 영광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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