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7.05] 다카노 가즈아키가 쓰고 전새롬이 옮겨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13계단>을 보았다. 결말이 없었다면 끝없이 두근거리며 볼 수 있었을 텐데. 이 소설은 마치 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낮은 베이스음과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야기가 전개되면 될수록 그 베이스음은 시나브로 빨라진다. 도저히 손에서 책을 뗄 수 없는, 말하자면 그 정도로 몰입도가 강한 소설이었다. 소설을 통해 그리고자 했던 분위기도 잘 살려냈고, 작가의 자의식도 적절하게 보여졌다 생각한다. 유일한 결점은 역시 결말. 소설에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나는 소설을 다 읽고 너무도 의아한 결말에 범인이 2년 동안 했던 생각들과 행동들을 상상해보았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부실한 결말이 그 엄청난 이야기를 지탱하고 있는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상누각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굳이 그런 식의 사건을 취하고자 했으면 중간에 한번쯤은 은근슬쩍 범인의 행동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드러내보였어야 한다. 헌데 만약 그렇게 했다면 중반 이후에 소설이 그런 분위기를 지닐 수 없었을 것이다. 에잇, 이러나 저러나 아쉽긴 마찬가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