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나 강의 다리 대산세계문학총서 39
이보 안드리치 지음, 김지향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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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14]


<드리나 강의 다리>에서 주인공은 없다. 엄밀히 말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드리나 강 위에 세워진 다리다. 터키 제국 시대부터 제1차 세계 대전 직전까지 400여 년 동안 그 다리를 건넜고 그 다리 주위에 살았던 사람들의 얘기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팩션'이나 '역사소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념을 배반한다. 구성적으로도 단순히 에피소딕하거나, 피카레스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11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석조 다리(*드리나 강의 다리)가 이야기 구성의 구심점을 역할"(481)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르다. 이 소설은 대단히 잘 읽히는 문장임에도, 위와 같은 구성상의 이유로 그리 녹록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학교 국어(혹은 문학) 수업 시간에 뻔질나게 배우는 소설의 구성(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작위적인 수법인지, 사실 그것은 (오직) 소설의 재미나 감동과 관련된 문제이지 소설의 작법이나 소설의 가치와는 대단히 무관하다는 사실을 <드리나 강의 다리>를 읽고 있는 동안 또한 알 수 있다. 소설은 아쉽게도 내 취향은 아니지만 두말할 것도 없이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61년 '조국의 역사와 관련된 인간의 운명을 철저히 파헤치는 서사적 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480) 작가 이보 안드리치가 노벨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는 스웨덴 한림원의 저 평가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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