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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아 54
에프라임 키숀 지음, 이용숙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7월
평점 :
[09.05.05]
에프라임 키숀이 쓰고 이용숙이 옮겨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행운아 54>를 보았다. 제목에 소설의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데, 말하자면 54살 먹은 약간은 찌질한 보통의 중년 남자가 우연한 기회에, 번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괴한 방식으로" 대박(행운)을 맞는 사건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제, 이 소설의 전반부를 볼 때만 해도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키득키득 웃겨서 이런 유머가 끝까지 유지된다면 동네방네 이 책을 추천하고 다닐 테야,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했으나 오늘 본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머의 세기가 약해서 아쉬웠다. 그리하여 소설가 김종광이 책 뒤표지에 쓴 추천글, "그대가 일상에 지쳐 잠시나마 꿈꿔보던 바로 그것! 의뭉스러운 작가가 큰 웃음판을 벌여놓고 대중심리와 미디어산업을 강력히 풍자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확 풀어줄 한바탕 해소였으니까. 주의 사항! 이 소설을 공공장소에서 읽지 말라. 배꼽빠진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조금 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서 에프라임 키숀이 구사하는 유머는 언어유희라기보다는 대체로 어떤 상황에 대한 역설적인 장난이다. 그러므로 재미있는 부분을 발췌해봤자 소설 맥락을 모르고 보면 단순히 진지한 이야기라고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게, 유머는 설명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니까. 이 소설을 보며 떠오른 다른 소설은 하진의 단편 "호랑이 싸움꾼은 찾기 힘들다"이고, 떠오른 다른 작가는 커트 보네거트. 자, 어쨌거나 이제 에프라임 키숀을 맛봤으니 그의 다른 책들을 찾아 봐야지.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번역되지 않은 그의 다른 책들도 꾸준히 출간해줬으면 좋겠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별로 두꺼운 책도 아니고 그닥 꼼꼼히 보지도 않았는데 오탈자가 좀(서너 개 정도?) 눈에 띄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