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오가이 단편집 지만지 고전선집 128
모리 오가이 지음, 손순옥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09.03.28]


손순옥이 번역하여 지만지고전천줄에서 나온 <모리 오가이 단편집> 중 <무희>와 <마리 이야기>와 <아씨의 편지>를 읽었다. 모리 오가이의 소설을 읽게 된 첫 번째 계기는 고진의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중 "내면의 발견"에서 언문일치와 관련된 작품으로 다뤄지기 때문이고, 두 번째 계기는 역시 같은 책 중 "구성력에 대해서"에서 쓰보우치 쇼요와의 논쟁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언급되기 때문이다. 모리 오가이의 초기작들과, 역사소설로 거칠게 분류되는 후기작들 사이에 '이상'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몰' 되는가에 대해 "깊이"를 가지고 볼 생각.

오늘 읽은 세 편의 단편은 모두 그의 초기작이다. 모리 오가이가 독일에서의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화자는 모두 (대략) 젊은 남자지만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소녀라고도 불렸다가 아가씨라고도 불리는 10대 중후반의 (아마도) 독일 여자다. 세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화자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도 대체로 외국인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너무나도 일본적인 이유는 작가가 일본 사람이어서라기보다는 독일 여자들의 내면에서 (당시) 일본 여자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특유의 애절한 정조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당시의 일본 소설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름만 외국인(독일인)이고 실제로는 일본인이라는 얘기다.

이 세 편의 소설은 모리 오가이의 초기 삼부작이라고 불리는데 역자 손순옥에 따르면 "초기 삼부작에서는, 개인의 진정한 사랑을 위해 헌신하지 못하는 당시의 일본 남성이나 또는 잘못된 사회제도 및 관습 등을, 외국 여성이긴 하지만 하나같이 여주인공을 통해 지적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10p)고 한다. (이것을 고진이 말하는 '이상'이라고 봐도 괜찮을까.) 작가가 그런 것들을 지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주인공들이 일본인의 심성을 지녔음에도 외국인의 가면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 바꿔 말해서 그런 것들을 지적하기 위해서 그런 장치를 쓴 것처럼 보인다. 결국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모리 오가이가 독일에서 정말로 경험한 것은 독일의 풍경뿐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