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기를 권함 - 2004년 2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샨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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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31]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에 나와 알게 된 책이다. 아니, 실은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 책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섯 개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따로 쓴 글들을 모아서 묶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책을 내기 위해서 쓴 글이었다. 짐짓 공손한 체하며 다치바나 다카시를 까는 듯한 구절이 제법 보인다. 이를테면 "세상에는 천히 읽을 수 없는, 천천히 하는 독서를 견딜 수 없는 책이 있다는 것인가. 물론 그런 책이 있다. 그러나 그런 책은 바로, 결코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24p)"라고 쓰고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의견과는 반대된다는 식으로.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은 뚜렷하다. 바로 천천히 읽자는 것. 그렇다고 그것이 "한가로이 느긋하게 읽는 것은 아니다. 저속으로 비행한다고 해서 조종사가 한가하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어쩌면 고속의 비행보다 오히려 집중력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느릿느릿 읽지만 사실은 자신의 의지를 다잡고 있다. 정신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170p)"이라고 한다. 물론 사람마도 읽는 속도가 다를 것이다. 상대적으로 조금 느릴 수도, 혹은 빠를 수도 있지만 "기분 좋게 읽는 리듬을 타고 있을 때, 그 읽기는 읽는 사람 심신의 리듬이나 행복감과 호응한다. 독서란 책과 심신의 조화(38p)"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천천히 읽기를 권하는 이유는 결국 독서의 소중함, 책읽기의 행복함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이다. 자고 일어나면 수만 개의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그야말로 정보의 쓰나미 시대에, 역자의 말처럼 "요즘에는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 전혀 정보를 얻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 자체가 소중(182p)"하다는 걸 저자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한테는 그것이 기쁘다. 바로 지금도 책을 들고 있다. 그 책을 읽고 있다. 그런 생각이 솟아난다. 기쁠 때는 웬일인지 시간도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아주 짧은 한순간이어도 시간은 한없이 피어오르고 펼쳐지며 충만해지는, 그런 기분에 휩싸인다. 그것이 정말 기쁘다. // 젊었을 적에는 독서를 하면서 그러한 감각을 가진 적이 없었다. 더 성급했었다.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어떤 책에 감동한 적은 있었어도 독서 자체에 감동하는 일은 없었다. 시간은 피어오르고 펼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지금은 확실히 독서의 감각이 달라졌다. 체감으로 알 수 있다. 언제쯤부터 알았을까, 그것도 알고 있다. // 바로 천천히 읽게 되고 나서의 일이다.(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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