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 - UX와 HCI를 위한 인지과학 교과서
도널드 A. 노먼 지음, 범어디자인연구소 옮김 / 유엑스리뷰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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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은 인간과 제품 간 상호작용 관계를 분석하면서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무엇이며, 어떤 지향점을 향해가야 할지에 대해 굉장히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철학적인 관점이 느껴지기도 해서 읽는 재미가 컸던 책이었어요.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과 공학에서는

기계를 디자인할 때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을 인간중심적 관점이 아닌

기계중심적 관점으로 풀어내려 한다.

도널드 노먼은 기술과 인간의 조화, 체험과 사유의 조화 등의 균형을 강조해요. 그러나 그가 보기에 세상은 지나치게 기계중심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죠.

저자의 시선이 굉장히 신선했고, 또 공감됐어요. 단순히 ‘기계성이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치게 논리력을 강조하는 세태나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기계활용의 불편함이 아닌 인간의 실수를 탓하는 상황 등을 이야기하면서요.

우리는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기계에 맞춰가는 인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시나요?


체험적 인지와 반성적 인지

책에서는 우리가 겪는 인공물에 대한 두 가지 인지방법을 말해요. 바로 체험적 인지와 반성적 인지인데요.

체험적 양식은 주변의 사건들을 효율적, 자동적으로 지각하고 반응하도록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TV, 유튜브 등이 있어요. 반대로 반성적 양식은 사물들을 서로 비교하거나 대조할 때, 그리고 깊이 생각하거나 의사결정할 때 주로 활용된다고 해요. 대표적으로 책이 있겠죠?

*물론 여기서 예시로 말한 것들이 반대의 인지 방법으로 활용될 때도 있어요. 가령 생각없이 형식적으로 책을 읽거나, 공부의 목적으로 보는 유튜브 등은 서로 반대의 인지방법을 활용하는 거죠.

이해의 편의를 위해 두 가지로 구분했지만, 사실 이 두 사고 과정은 모든 사고 과정을 포괄하는 것도, 서로 배타적이지도 않다는 전제를 두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기술은 위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어요.

사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두 가지 인지방식은 모두 중요하지만, 상황에 맞는 방식을 활용해야 해요. 두 가지를 적절히 활용한 사례로는 게임이 있는데요. 그래픽 효과와 재미요소를 통해 체험적 인지방식을 활용하게 하며 또 한편으로는 전략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한 반성적 인지가 동반되는 거에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핸드폰, 노트북 등의 인공물을 인지적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방해란 외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 언급된 페이지가 있어요. 인간의 생산성이 가장 높아지며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몰입의 상태를 방해하는 건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는 옆에 놓인 핸드폰, 갑자기 말을 거는 동료 등이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과제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인해 방해받기도 해요. 컴퓨터에서 자주 사용되는 알림문, 경고문이 있을 수 있고 어딘가 불편한 의자 등일 수도 있어요.

몰입의 경험에서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게 중요한 이유인데요. 우리 각자의 몰입경험 뿐만 아니라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이 요소가 정말 고객의 경험을 깊이 있게 만드는 데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더라구요.

추상화와 표상

왜냐하면, 표상 과정이 정확하면 새로운 경험, 통찰력, 창조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표상은 사건의 핵심적 요소를 잡아내고 나머지는 의도적으로 없앤다.

친구에게 내가 겪은 사건을 설명할 때, 모든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지요. 내가 말하려는 사건에 해당되는 요소만 얘기하고, 빠른 이해를 위해 자잘한 사실들을 생략하곤 하는데, 이게 바로 효과적인 추상화와 표상의 사례에요.

기술은 중립적이기 보다는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은 중립적이라고 보는 관점과 달리, 사실 기술은 행동유도성을 갖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유튜브는 알고리즘에 의해 우리가 더 많은 시간 동안 영상을 시청하게 만들죠. 기술은 중립적이라고 보는 관점이 기술에 대한 맹신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요? 이와 관련한 닐 포스트먼의 견해가 인상 깊었어요.

조지 오웰은 우리는 외부적으로 강요된 억압에 의해서 정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헉슬리의 견해에 의하면,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자율성, 성숙, 역사를 박탈하는 데 독재자는 필요치 않다.

오웰이 두려워한 것은 책을 금지할 사람들이었다. 헉슬리가 두려워한 것은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책을 금지할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인공물에 압도되지 않고 인간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가 해야 할 고민의 방향성을 말해주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어요.

무엇보다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저자의 분석에 존경을 금치 못하는 시간이었답니다 :)

과학은 발견하고, 산업은 응용하고,

인간은 이를 응용한다.

193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모토

그만큼 과학기술의 발전을 칭송한다는 뜻이었는데, 도널드 노먼은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제안하고, 과학은 연구하며,

기술은 순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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