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흐름출판사의 다른 책인 '클린미트'를 읽고 받았던 느낌과 비슷했다.

*클린미트는 환경문제를 다룬 책으로, 청정고기의 현황과 개발과정을 적어낸 책이다.

전염병/의학연구 분야의 전문지식이 담긴 책이라 읽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다급함이 느껴져 흥미롭게 끝까지 읽어나간 책이다.

미국에서 매년 2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인해 사망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슈퍼버그 12종의 발표하면서 이로 인해 매년 12만 명이 사망하고 있고, 2050년에는 1,00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소 먼 이야기라고 느껴진다면 한국의 데이터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간 병원 내 슈퍼버그 감염 건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한 해 3,400명~3,9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2003년 사스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774명, 2012년 메르스 사망자가 85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높은 숫자인 것이다.

슈퍼버그란,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변이된 박테리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슈퍼버그 감염자 수는 왜 매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일까?

바로 항생제의 오남용때문이다. 클린미트에서도 저자가 지적했듯 축산업에서 가축과 동물을 키워내기 위해 인간에게 투여하던 항생제를 남용하고 있다. 덕분에 박테리아들은 약효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변이되기 쉬워지고, 이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저자 맷 매카시와 그의 멘토이자 이식-종양학 감염병 프로그램 책임자 톰 월시는 '달바반신'이라는 슈퍼버그 항생제의 임상시험을 맡아 여러 사례를 연구하고 환자를 치료한다.

*여기서 짚고 갈 점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다르다.

바이러스는 식물/동물/인간/박테리아 등 다른 유기체 내부에서 복제되며 대체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항생제는 분명히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그런 손상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출처 입력

그렇기 때문에 항생제 처방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과처방은 오히려 환자의 몸을 망가뜨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1970-80년대는 제약 산업의 심각한 정체기였다고 한다. 이 시기에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항생제 개발에서 오는 한계때문이다.

항생제 개발의 한계란 바로 항생제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다.

항생제는 대체로 환자가 아플 때만 단기로 처방되며, 훌륭한 항생제라도 머지 않아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항생제 내성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생긴다.

그렇기에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막대한 연구비용을 들여 항생제 개발에 시간과 인력을 쏟기에 어려워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항생제 개발 시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 제공, 세금 감면, 특허권 연장 등의 방법도 나온다.

책을 읽으며 여러 안타까운 상황에 나도 모르게 눈을 찌푸리며 속상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그 중 한 부분이 유대인 생체실험에 관한 부분이었다. 히틀러 집권 당시, 나치 당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전문가 집단은 의사라고 한다. 이들은 강제 수용소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에게 인체 냉동, 화형, 익사, 독살과 관련된 실험을 서슴치 않았으며,피험자들의 피부를 절개하고 상처부위에 오물의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실험까지 자행했다. 히틀러와 잘못된 의사 집단이 '인간의 의학 발전을 위해' 했다는 행동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를 읽으며 소름이 끼쳤다.

페니실린 개발 당시, 페니실린은 최초의 항생제로서 인류를 구원해낼 것처럼 떠올랐다. 그러나 그 이후에 박테리아들은 페니실린을 피해 빠르게 변이되었고, 지금도 새로운 항생제를 피해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다수의 항생제를 동시에 출시하는 것은 내성을 동시에 발생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전혀 몰랐던 의학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고, 스토리를 읽으며 저자와 그의 연구를 돕는 수많은 전문의학가들, 그리고 기관들의 책임감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에게 공감하고, 그 마음에서부터 출발해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지는 임상시험의 긴 과정들이 있기에 지금도 수많은 환자들의 감염증이 긍정적인 상황으로 개선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성급한 신약출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활동하는 IRB, FDA 등 정부기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다.

 

FDA는 1년 동안 2,750억 달러의 의약품을 포함한 1조 달러 이상의 상업용 상품을 규제한다. FDA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의 수가 페니실린이 살린 사람의 수와 맞먹을 정도다.

 

새로운 항생제가 효과적인 치료약으로 상용화되는 데 까지는 수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임상시험 과정 중 예상치 못한 증상을 나타낸 환자 등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의학기술이 끊임없이 보완되고 발전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이러한 인간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동물실험 단계에서 철저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동물권은 덜 중요한 걸까?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유전자를 활용하여 동물과 인간에게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도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석유 재벌 데이비슨 록펠러의 의학연구소 설립 및 기부활동

 

 

 

미국의 자선가이자 기업가데이비슨 록펠러의 행보가 인상 깊었다. 엄청난 부를 이룬 후, 그는 록펠러 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거액의 연구비용을 기부한다. 또한 록펠러 대학을 설립하고 과학 발전의 공로가 모두 연구원들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지금까지 '기부'라는 단어를 들으면 빈곤계층에 대한 기부활동만을 떠올렸는데, 책을 읽으며 관심 연구분야에 기부하는 방법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더 많은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는 의학기술 연구분야에 말이다. 책에서 슈퍼버그를 퇴치하는 전문가 비영리단체의 이야기를 하며, 이들에게 기부된 금액은 연구비 뿐만 아니라 치료비가 부족한 환자들에게 쓰인다고 하는데, 이러한 분야를 찾아 기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약품접근성재단은 슈퍼버크 퇴치에 기울인 노력을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어 제약회사들의 순위를 매겼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1위를 했다.

 

GSK는 단순히 판매 할당량을 채우기보다 의사들이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도록 돕는 직원들에게 보상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올바른 평가지표가 있을 때 올바른 기업이 대우를 받는다. 이를 보면 제대로 구축된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만약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면 지금쯤 수많은 환자들이 항생제 오남용의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다.

많은 감염학자들은 항생제가 개인의 불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공재로 인식하고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항생제를 개발해도 그를 뛰어넘는 박테리아가 출현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니, 그렇다면 항생제 투여를 최대한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끊임없이 들었다. 항생제를 투여한 고기를 먹기보다는 자연식을 섭취하고, 몸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일상의 운동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자는'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인식이다'고 말한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얼어붙어 있다. 불확실한 소문에 휘둘리기보다는 정확한 인식을 기점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모두가 노력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신약 개발, 인간과 환경을 고려한 대체식품 개발 등 수많은 분야에서 밤낮으로 고민하고 있을 전문가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