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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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이 쉽게 지던 시기에 태어난 인류의 의약품, 설파제의 시작과 발전을 담은 과학 세계사.
『저자는 성분을 어디서 얻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합리적이고, 그에 따라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인체 내의 특정 세균들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모든 성분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라 설파제는 세계 최초의 항생제다.』
-내 주변의 항생제란 진통제만큼이나 익숙한 약물이다. 우리가 쓰는 항생제가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탄생했는지, 어떤 역사적 사건들을 만나 변화를 겪는지까지 궁금해 할 필요는 없겠으나 (이미 뭐 그거까지 알고 약을 먹어야하냐는 타박이 들리는듯) 약을 통한 세계사를 읽는다고 접근한다면 이만큼 재밌는 역사서도 없다.
이 책은 연쇄구균 감염에 유효한 프론토실을 발견해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지목된 독일의 생화학자 게르하르트 도미크의 연구기록을 따라간다.  1차 세계대전에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전사한 전우들을 기억하고자 시작했던 그의 연구가 주변국의 알력다툼과 독일 제국주의, 광기로 흐르는 나치의 선동, 쾰른 대공습에 주변인의 죽음을 겪으며 환멸을 느끼고 조국의 헌신보다는 연구에 전념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한 개인으로서 전쟁을 바라본 도미크와 전쟁을 도운 기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한 생화학자 도미크 사이의 간극이 서술되는 부분은 사료를 기초한 묘사로 연대기라기 보다는 역사서느낌에 근접하다. 그럼에도 브룬힐드 폼젤의 어느 독일인의 삶이 떠오르는 전범의 법정장면과 전후 득세과정까지 한 인간의 서사와 의약품의 서사, 정치서사까지 어느 하나 놓치는 부분 없음에도 몰입감이 상당하다.
20세기 초 유럽의 양차 세계대전은  역사에 상처를 남겼다. 근현대 세계사 중 인간의 목숨이 가장 쉬웠던 시절에 많은 사람을 살리게 될 항생제-설파제-가 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다. 거기에 의약품의 역할과 민간인의 의료현황, 주변국의 정세에 따라 달라지는 의약산업의 목표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1900년대 초반의 유럽 화학기업이 어떻게 거대 기업으로성장하는가, 의약 카르텔이 가져온 심각한 문제들로 야기된 근대의 미국 의 의약품 법 개혁과  FDA까지, 글자가 나름 촘한 (삽화도 없다) 약 450페이지 책을 쉴새 없이 읽게 된다. 의약의 역사가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내가 비전문가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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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에 대해 발췌하거나 요약하진 않겠다. 이 책을 처음 폈을때 내가 가진 걱정(어렵겠구나)이 어느새 즐거움으로 바뀌는 경험을 다른 분들도 해보시길 원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려울까봐 안봤으면 어떡할 뻔 했다니.
- 몃가지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1. 초기 약물안정성 확인은 동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행해졌다. 식민지 국가의 국민, 탄광 노동자들 혹은 군대. 유색인종과 농촌지역의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 
2..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일부 의약품은 미지의 대륙 정복을 위해 연구되었다는 사실. (식민지확장용)
3. 나치는 유대인 뿐 아니라 일반 노동수용소의 여성들에게 설파제 인체실험을 했는데, 원인이 프라하의 백정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의 죽음에 설파제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밝히기 위해서라니 기가막힐뿐이고..
3. 미국이 영양제의 천국 (a.k.a 아이허브)으로 불리게 된 배경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했다. (제약카르텔)
4. 예방위주의 기존 치료접근법은 공중보건의 이해와 닿았기에 오히려 공중보건의 개념이 더 넓었으나 의약품의 발전으로 예방보다는 증상 발현 후 치료에 중점을 둔 현재의 치료접근방식은 공중보건의 폭이 좁아지는 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의견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공중보건이 더 나아질거라 생각했지 그렇지 않을수 있다는 의견은 전혀 고려해본적이 없었음.
5. 현재 동물권에서 가장 문제삼는 축산업의 공장식 농장 시스템 탄생에 설파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 정말 상상도 못해본....
- 저자 토머스 헤이거의 전작, 공기의 연금술은 'NOT' 이과생인 나에게 쉽지 않았지만 이 책은 의약학 서적이라기엔 한 과학자의 일대기를 따라 보는 역사서에 가까운데다 이미 양차 세계대전 전후의 유럽사를 훑어본 적이 있어서 아주 즐겁게 읽었다. 거기에 책의 말미에 각 장마다 참고한 문헌의 목록과 각 목록을 어떤 방식으로 글에 사용했는지 꼼꼼히, 책임감있게 서술한 작가의 확인작업에 신뢰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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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토트릭세이트가 설파제에서 파생됐다니.. 약물부작용과 독성 조심합시다.
*  이야.. 존스홉킨스 의대랑 거대 제약기업 바이엘 사가 이렇게 시작하고 저렇게 부를 쌓았구나아~
* 그와중에 2차세계대전 중 일본은 설파제가 거의 없었다고? 아니 왜?? 생체실험을 그렇게 했으면서?? 전국민의 가미가제화인가. 역시 노이해..
* 원제는 the demon under the microscope. 현미경 아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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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진전은 사람을 구하는 데서가 아니라 죽이는 데서 이루어졌다. P.54
>대다수 과학자는 위대한 선각자보다 불안해하는 중간관리자와 비슷한 삶을 산다. 현실에서 과학자가 하는 일은 좋든 나쁘든 대부부 돈으로 귀결된다. 진리추구의 모습과 방향이 연구비 추구에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P.102
> 위대한 발견의 영예를 한 사람에게 돌리는 노벨상 방식은 산업적 과학 연구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없었다. 한 사람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은 축구대회 우승 트로피를 선수 한명에게만 주는 것과 같다. P.370
>도마크의 개인적 감정은 그의 직업적 삶과 다소 상충했다. 그가 인류의 유익을 위해 일햇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일하는 회사가 나치의 전시 목표 추구에 온전히 가담한 것 또한 사실이다. P407
>첫 기적의 약물 설파제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과학에는 기적같은 건 없다는 사실이다. 대단한 약물이 발견될 때마다 고르고의 피처럼 두가지 상반된 결과가 따른다. 하나는 긍정적이고 치유적이고 이로우며 다른 하나는 부정적이고 종종 의도와 다르고 이따금 치명적이다.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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