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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마음 ㅣ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충실한마음#델핀드비강#레모
📍 충실함을 요구하는 사회. 어디에 충실할것인가. 충실함의 본질을 어디서 찾아야하는가.
✒ 이혼가정의 아이 테오, 심각한 우울증환자 테오의 아버지, 아버지에게 적대적인 어머니, 가정폭력의 피해자 선생님 엘렌, 그녀의 정신적파트너 유부남 프레데리크, 테오의 친구 마티스, 알코올중독자의 딸이자 마티스의 엄마 세실, 교육받은 중산층의 남성이자 또다른 어두운조각을 숨긴 빌리암이 이 책의 주 등장인물이다. 빌리암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 모두가 원치 않는 일들을 겪어 자신의 의지 밖의 일로 상처받고 좌절한다. 모두가 자신에게 휘두를수도, 상대에게 휘두를 수도 있는 숨겨둔 칼날을 가지고 산다.
✒ 자신의 본질/자아를 파악하기 힘들고 부모 혹은 성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혹은 미성년자들은 3인칭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수 있고 자신의 본질을 찾아 그 본질을 향해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1인칭 화자로 적음으로서 시선의 대비감을 주었다. 화자의 이동이 꼭 책임비율 크기가 타인(3인칭)에게서 나(1인칭)에게로 옮겨오는 것 같아서, 이제는 3인칭시선으로 관조하며 책임에서 한발짝 떨어져있기 힘들 나이가 되었음을 시선의 이동에서 느끼고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그런면에서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나이를 더 먹을수록 책장을 넘기기 힘들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생에 남긴 족적이 많을수록 더 많은 영향력이 생기니까.
✒ 광물 한조각이 표지에 자리잡았다. 움직일때마다 다른 색으로 다른 모양으로 빛난다.
광물구성요소를 열심히 외우던 학생시절에도 생각했지만 어차피 그 속에 있는것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물질들인데, 어떤 압력과 열을 받았는지, 어떤비율로 조합되었는지, 얼만큼의 강도로 결합되었는지로 쓰임이 달라지고 가치가 매겨지고 이름이 붙여진다. 그 쓰임과 가치와 이름은 인간의 기준이지 광물의 기준은 아니지않냐며 광물은 이용당한거라고 수업시간 내내 공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수업시간에 졸면 쫒겨나기 때문에 한 공상이었지만 이제사 들여다보면 인간의 충실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충실함은 나의 것이지만 어떤 각도로 어떤 빛을 받느냐에 보여짐이 달라지고 가치가 매겨지고 선악이 갈리고 이름이 붙여지리라.
내가 저 광물임은 변함이 없을텐데 나에게 붙는 이름표는 수십가지겠지
✒ 감정에 충실하다 직책에 충실하다 가정에 충실하다 본분에 충실하다 상대에게 충실하다
다양한 충실함들은 대부분은 요구받는 충실함이다. 결국 나를 살게 하는것은 요구받는 충실함이 아니라 나의 본질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가슴에 품은 벼려진 칼날에 나와 당신이 피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본질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게 주어졌던 오늘 일들의 처분들이 나에게 충실했는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야근일수도, 누군가에게는 매출의 하락으로, 누군가에게는 쓰일만한 자료가 되어 빠른 판단에 도움이 될수도, 혹은 퇴사의 이유가, 권고사직의 근거가될수도 있다. 그래서 더 어렵고 더 괴롭다. 어떤 일을 행할때마다 기준은 내가 되어야한다는것은 알고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켠은 이것이 옳은것인가 끊임없이 갈등하고 영원히 괴로워할것같다. 인생이란게 누군가에게 끊임없는 원판돌리기를 행하고 끊임없이 원판돌리기의 피해자가 되는것일까
🔖 보지 않겠다고 거부했지만 알고 있던 것, 그러니까 아주 멀지 않은 곳에 묻혀있던 것이 마침내 튀어나올 때의 평온함과 최악임을 드러날 때 느껴지는 안도감. 낯설다. -p.112
🔖 그렇다. 우리는 악인이다. 틀림없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쉼없이 협상하고 양도하고 타협하며 자식들을 보홓고 부족의 법칙을 준수하고 얼버무리고 작은 음모를 꾸민다. 그런데 언제까지? 언제까지 상대의 공모자가 될 수 있찌? 언제까지 상대를 따라야하고 상대를 보호하고 감싸고 나아가 알리바이로 사용되야 하는 걸까? -p.131
🔖 어른이 되는 수고가 정말 그만큼 가치가 있을까? 할머니 말마따나 손톱만큼의 가치라도 있을까? -p.144
🔖 알코올성 혼수상태. 그는 이 단어를 좋아한다. 그 소리를, 약속을 좋아한다. 그 누구에게도 빚진 것 없이 사라지는 순간. 어김없이 지워지는 순간이라는 약속. -p.146
🔮이 책의 등장인물중에 본인의 악함을 인식하고 행하는 자는 유일하게 빌리엄이다. 가장 선망되는 곳에서 사는 사람. 자신이 행하는 악이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
🔮 상처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받는 동시에 주기도 한다. 누군가는 피흘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