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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들판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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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에게 약간 등을 진 채로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물었다. 이제 생의 굽이를 돌아 막 건너편 언덕에 도착해 안도하고 있는 나른함 같은 것이 그에게는 있었다. -9쪽

"여기까지 따라와서 바라는 게 대체 뭐요?"
그가 물었다. 상대하고 싶지 않으니 빨리 용건을 끝내라는 기색을 감추지도 않겠다는 듯 성의없는 발음이었다. 어기까지, 따라와서, 바라는 거...... 시간이 많다면, 십년쯤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녀는 그 낱말들 하나하나를 가지고 그와 다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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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 산도르 마라이 산문집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11월
구판절판


당신이 그녀와 나란히 걸었던 거리, 그녀와 함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찰랑거리는 물속을 깊이 바라보거나 구름에 가린 달을 올려다보았던 다리, 당신이 그녀의 눈을 응시한 순간 그녀의 빰을 스친 나무의 잎새, 그녀가 언젠가 향기를 맡았던 섬의 장미, 이런 모든 흔적, 증빙 자료와 증거들은 세상에 남아서 당신이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던 어느날 사랑이 자취를 감추었다. 대체 어디에서, 어느 거리 모퉁이에서 사라졌단 말인가? 어느 다리에선가 찰랑거리는 깊은 물 속에 뛰어들었거나 달빛 환한 밤에 하늘로 올라갔는가. 아니면 향긋한 장미 내음과 하나가 되었는가? 그래서 지금 칠월의 향기가 그렇듯 진하고 강렬한가? 나는 대답을 아는가? 고개를 떨구고 거리를, 다리 위를 걸어보라. 곰곰이 생각을 더듬고 추억을 돌아보라. -393쪽

"어서 건너오세요!" 이 말을 들은 남자는 시선을 들어 위를 바라보고 두 손으로 눈을 비볐어. 여자를 쳐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훌쩍 몸을 돌려 자신의 삶으로, 가족에게로 돌아가서 마음속에 의구심을 품은 채 말없이 살았어. 여자가 너무 성급히 말했기 때문이야. 그런 경우에는 전혀 말을 하면 안 돼. 요구나 부탁을 하지 않아도 자진해서 남자가 냇물을 건널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해. 중국의 동화는 대충 그런 이야기였어. - 그렇구나. 여자가 말했다. 두 눈에 눈물이 글썽했다. - 그럼 올거야?... - 그러면야 좋겠지. 남자는 정중하게 말하고 장갑의 단추를 채우고 모자를 찾았다. - 아쉽지만 오후에 상담이 있어. 이번 주에는 약속이 꽤 많아. -366쪽

언젠가 동화를 한 편 들은 적이 있어. 중국의 동화였는데, 이런 내용이었어. 어느 외딴 지방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살고 있었어.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아침 웬 목소리가 자신들에게 무슨 소식이나 명령을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래서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몽유병자처럼 서로를 향해 길을 떠났지. 아내와 남편, 가족, 모든 것을 그대로 둔 채 삶의 어두운 숲에서 마침내 서로 만나 하나가 되어 행복해지기 위해서 집을 떠났어. 그렇게 두 사람은 최면 상태에서 서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어. 끝없는 황무지를 건너서 드디어 어둠에 싸인 숲에 도착했지. 그런데 숲 한가운데를 냇물이 가로지르고 있었어. 두 사람은 말없이 눈을 감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명령을 좇아 서로 맞은 편에서 냇물을 향해 다가갔어. 냇물 위에는 겨우 한 사람만 지나갈 만한 좁은 나무 다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걸려 있었어. 두 사람은 미소 띤 얼굴로 서로를 갈구하며 냇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지. 그러면서 누가 먼저 상대방을 향해 달려갈 것이지 잠시 망설였어....그러자 여자가 애타는 소리로 나지막이 말했어. -367쪽

삶의 소란스런 소리들 한가운데서 갑자기 아주 맑은 선율이 울려 퍼진다. 지상의 온갖 소리와 모든 소음을 품고 있는, 기도 중의 죄처럼 아니면 매춘부가 짓는 오펭고의 미소 속에 깃든 신적인 에로스의 미소처럼 정제되고 순화된 웅장하고 진한 정수의 음률이 소음을 뚫고 울려 퍼진다. 주변에서 소음만이 들려오더라도 오로지 이 선율에 귀를 기울이라. -197쪽

"글을 쓰려는 사람은......절대로 타인에게 물어서는 안 됩니다." 실러는 괴테가 '노벨레'의 소재로 무엇을 의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인은 침묵을 지키며 삼십 년을 기다렸고, 마침내 때가 되자 그동안 마법에 걸린 듯 떨쳐버릴 수 없었던 작품을 결정적으로 단호하게 손을 움직여 창조했다. 입을 다물고 지켜보아라, 꿈을 꾸어라. 그러다 시간이 되면 펜을 들어라. -208쪽

다음 문장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사람처럼 글을 써야 한다.(인생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둘은 결국 동일한 것이다." '계획대로' 글을 쓸 수는 없고, 우리의 운명도 '계획대로'굴러가지 않는다. 지너정으로 심금을 울려서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학은 단 하나밖에 없다. 신들린 듯 거의 넋이 나간 상태에서 엄숙하게 씌어진 작품만이 나에게 감명을 주는 창조적인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놀라움, 존재와 창조의 의외성, 일종의 불안한 기대를 행마다 숨기고 있는 책만이 독자들의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다. 그것은 성경의 말씀처럼 태초에 있었던 창조적인 글이다. 나머지는 전부 문예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240쪽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것, 기상천외한 것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개성적으로 독창적인 것을 말하려고 애쓰지 말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 귀를 쫑긋 세우라-그런 다음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기억을 더듬어라. 그러면 목소리가 들리고 얼굴이나 풍경이 보이고 뭔가가 뇌리에 떠오른다....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라, 아주 천천히 성실하게.
나머지는 전부 사랑하는 하느님에게 맡겨라.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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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유언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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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요스가 온대요!" 그 순간 내 목소리가 어떠했는지 나는 모른다. 기뻐 들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틀림없이 정신을 차린 몽유병자처럼 이야기했을 것이다. 이십 년 동안, 나는 밝은 달을 좇는 몽유병자처럼 살았다. 이십 년 동안,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한발 한발 낭떠러지 끝을 따라 걸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았다. 어지럽지는 않았다. 삶이든 죽음이든 현실에는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것이 있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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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경혈 십사경
주춘차이 지음, 정창현.백유상 옮김 / 청홍(지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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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입문
주춘차이 지음, 장우창.백유상.정창현 옮김 / 청홍(지상사) / 2007년 2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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