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녀에게 약간 등을 진 채로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물었다. 이제 생의 굽이를 돌아 막 건너편 언덕에 도착해 안도하고 있는 나른함 같은 것이 그에게는 있었다. -9쪽
"여기까지 따라와서 바라는 게 대체 뭐요?" 그가 물었다. 상대하고 싶지 않으니 빨리 용건을 끝내라는 기색을 감추지도 않겠다는 듯 성의없는 발음이었다. 어기까지, 따라와서, 바라는 거...... 시간이 많다면, 십년쯤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녀는 그 낱말들 하나하나를 가지고 그와 다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