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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의 하루 - 꽃처럼 피고 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
이미숙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3월
평점 :
줄거리 소개
8년간 요양원에서 근무한 요양 보호사의 요양원에서 겪은 현실적인, 때론 가슴 미어지며 슬프기도 하고 때론 기쁘고 즐거운 요양원과 그 속 노인 분들의 이야기.
Review
요양원. 요양 보호사님들께서 상시 대기해주시며, 낮이든 밤이든 노인 분들의 건강과 삶을 지켜주는 곳.
하지만 요양원의 재정 한계와, 현실적으로 자녀 등 가족이 더 이상 부양하기 어려운 치매, 와상 등 거동과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는 노인 분들께서 '결국' 자의적으로, 혹은 타의적으로 선택하는 곳이다보니 '요양원'이라는 단어에서 그 목적과는 다르게 두렵고 슬픈, 음울한 분위기를 느낀다.
책을 읽는 내 입장에서도 더없이 밝은 분위기를 띄는 표지였지만 이 책을 읽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치켜들었다. 마치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직접 마주하고싶지 않은 현실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에세이 속에는 그 어떤 공포도, 긍정적인 면도 과장하지 않은 요양원의 현실을 요양 보호사의 입장에서 그려낸다.
부양이 부담스러워진 자녀가 부모를 버리듯 요양원에 맡겨진 어르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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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아드님이 그리우셨는지 매일 엘리베이터 앞을 서성이셨다. 아들이 다시 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긴 시간을 버티고 계셨다.
어쩌다 아드님을 마주하는 날이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집에 보내달라."며 애절하게 울부짖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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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로 가족과 현재의 삶 모두 잃었지만 과거의 책임감만이 남아 그때에 머무르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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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요양원 안을 샅샅이 뒤지던 중, 벽 쪽 방화 설비실이라는 문이 눈에 띄었다.
문을 열어보니, 그 안에 어르신이 쪼그려 앉아 계셨다.
"어르신, 여기서 뭐 하세요?"
"응, 내가 설비 기술자인 거 몰라? 설비 확인해야지."
가족도, 친구도, 과거의 기억도 잊으셨지만 '설비'라는 글씨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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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하였음에도 오붓한 부부끼리 서로 의지하며 지내다가 남편이 먼저 떠나고 어려워진 현실에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입소하신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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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미움을 남기고 갔으면 덜 힘들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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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기술 덕분에 우리의 수명은 늘었지만 과연 그 늘어난 수명을 온전히 버텨낼 수 있을까. 아마 나도, 그리고 나의 부모님도 언젠가 '요양원'이라는 누구도 원치 않는 선택지를 고려하게 되는 날이 닥칠지 모른다. 그리고 요양원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와 무지는 요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당사자에게는 가족에게 버려지는 듯한 두려움을, 요양원으로 모셔다드리는 가족에게는 커다란 죄책감으로 남아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요양원의 하루]를 쓴 저자 '이미숙'님은 요양원이 저마다의 문제로, 사정으로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분들께서 계속해서 의미있는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 한분 한분을 이해해드리는 모습에서 마냥 요양원이라는 선택지가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란걸 납득시켜준다.
요양원은 유치원과 같다. 가족 모두가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항상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맞벌이 부모가 유치원에 보내듯이, 항상 보호가 필요한 노인 분들을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요양원이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또한 작은 사회읜 요양원 속에서 노인분들도 비슷한 상황에, 삶의 길 위에 서 있는 분들과 교류하며 친구도 만들고, 혹은 조금 더 깊은 인연도 만나기도 한다.
진심어린 사명감과 애정으로 일하는 요양 보호사의 세계는 어떤 곳인지, 그런 분들이 일하는 요양원이란 곳은 어떤 공간인지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한결 색안경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해줌과 동시에 '노년'에 대해 개인적인 영역부터 사회적인 영역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준 좋은 책이다.
"요양원에 있다고 해서 모든 삶이 쓸쓸한 것은 아니다.
건강만 유지된다면 충분히 편안한 생활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이곳에서 살아가게 될 날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