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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 경쟁 사회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아서
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옮김 / 로도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P.20
플라스푈러의 질문
* 우리는 왜 오늘날
이처럼 초조하게 인정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런 갈망의
원인이 어쩌면 노동 그 자체에 있는 걸까?
왜 워커홀릭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탕진하는 걸까?
워커홀릭은
사도 바울의 말대로 신이 내리는 상을 얻기 위해 자기 몸을 부수는 금욕주의자와 얼마나 닮았을까?
웰니스 향락은 정말 행복에 도움이 되는 걸까?
P.10, 34
* 웰니스 향락
- 향락 노동자 :
노동을 의무노동이 아닌 좋아서 하는 향략 노동으로 여김
노동에서 쾌감을 느낌, 노동과 관계없는 향락에는 불안함을 느낌
- 웰니스 시대 :
무알콜 맥주, 저지방 치즈, 사이버 섹스가 소비되며 웰니스 향락의 현시대
- 웰니스 향락 :
웰니스 시대 향락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결백한 향락(노동 즐김, 헬스, 다이어트, 템플 스테이
등을
통한 정화역시
노동처럼 즐김)
금욕(음주, 흡연, 육식, 블랙 유머,
섹스 등)이 클수록 향락은 더욱 커진다.
웰니스 향락은 경계를 뛰어넘고 위반하는
향락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동의하고 긍정하는 향락이다.
(건강한 것, 깨끗한 것, 천연의 것, 선하고 위험하지 않은 것, 성과 사회의
정언명령을 절대 어기지 않는 것)
P.23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자유로운 세대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과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쉼 없는 행동과 강박적인 자기 최적화의 시대에 다시 “놓아두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금욕과 방탕의 자리에 우리를 흥분시킬 향락이
들어서야 한다.
번역서인 탓일까?
논문과 같이 이론의 주장이 섞여있어 읽혀지는데 어려울 뿐 아니라 때로는 문맥이 앞뒤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들이 여러군데
보인다. 또한 오타도 발견되고….
‘금욕과
방탕의 자리에 우리를 흥분시킬 향락이 들어서야 한다.’ 이런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책에 대해서는
철학교수님들께 강의를 들어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이 책의 문장들은(섹슈얼리티,
포르노그래피, 여성의 욕망, 야뇨증과 욕망,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 등)
’15세 제한’으로
연령제한을 해야하는 책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을 15세
이하 청소년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도서의 연령제한에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P.9
일중독자는 강박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일로 소진한다. 그는 일을 해야만 하며 도저히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지속적인 흥분 상태가
갑자기 중단되면,어찌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불안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향락
노동자에게 일체의 여가는 오히려 고통이다.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시간 감각이 완전히 상실되어 야근도
야근이라 느끼지 않지만,
할 일이 없어지면 시계 소리조차도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게 느껴진다.
그는 계획되지 않은
시간이나 따분함을 견딜 수 없으며, 한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하늘에게 당장 날벼락이
떨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박적인 분주함에 빠져든다.
나 또한 불과 한해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일중독자’라 칭하면서 매일 평균3~4시간을 자고, 주말에도 일을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무렇지 않은듯 오히려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듯 “나는 워크홀릭이에요.” 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일.중.독!
그게 참 심각한
상태인지를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세포가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를 몰랐다.
나를 표현하고 세상을
느끼는 세포가 죽어가고 있어 창의적일 여유가 없었던 것을 스스로를 더 다그치며
아이디어를 짜내려 노력했었다.
지금, 하루에
6시간을 잔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때론
운동도 한다. 이것이 삶이구나 싶다. 이 일상의 평범함이….
병적인 것이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직업의 세계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P. 18
프로이트(Sigmund
Freud) ‘정신분석’
- 문화적
신경증 : 20세기 초 사회의 충동 포기
요구, 우울증과 공포의 원인은 신경 흐름의 오류가
아니라
복잡하고 개인적인 억압기제에 있다
“공포를 유발하는 신경회로에 대한 지식보다 공포의 심리적 이해가 덜 중요한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다.”_
프로이트(공포에 대한 정의)
- 인간은 처음부터
흠집투성이의 존재이다. 인간은 타인에게 의존한다. 인간은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갈망한다.
그것은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애정 관계에서뿐 아니라 일에서도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혹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런 욕망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타인과 관련이 있다.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좀 더 노력하면 가능할 거란 희망으로 인정에 대한 끝없는 야망을 불태운다.
-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
욕망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생산성과 에로틱한 욕망을 발전시키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의존서의 다른 측면은 죽음에 대한 불안이다.
불안은 과잉행동으로 도피하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행동은 허무로 이끌 뿐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완벽한 심리적 마비, 신체적 정신적 ‘기력소진’, 우울증의 완곡한 표현인 ‘탈진
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은 한병철의
‘피로사회’ 중 한대목을 읽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21세기를 성과주의 사회라고 정의
내린 이면에 인간이 성공을 위해, 직업의 유지를 위해 욕구를 절제하고 일을 통한 능력발휘를 위해
자신을 자발적으로
착취한다는 공통된 의견때문이리라.
P.113
“우리가 탈진할 때까지
일을 하는 것은 일을 하면서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다. 자아를 실현하기 때문도 아니다.
또 순전한
생활의 필요성 때문도 아니다. 일에 온 힘을 쏟아붓는 이유는 문화적으로 이식된 죄책감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가치 있는 인간이 된다. 설렁 설렁
일을 하거나 아예 일을 하지 않는 인간은
죄를 짓는 것이다.”_마르쿠제/철학자
P.128
사유를 위한 지속적인
정신적 긴장은 허리나 성기에만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목 근육도
뭉치고 등도 아프며, 심할 경우 귀에 이명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마지막 단계는 우울증이다.
진리를 찾는 것이 사유의
목표이다. 진리를 찾을 때 비로소 모든 긴장이 해소된다.
진리의 본질은 물러남에
있다. 진리는 자신을 쫓아오라고 인간을 유혹한다. …
진리는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찾는 일이다.
P.197
계몽주의-인간이 자신의
창조자라면 인간을 잡아줄 수 있는 단 하나는 자기 자신이다. … 무로 내던져진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무기력을 상기시킨다. 이런 심연을 보지 않으려
인간은 쉬지 않고 생산하고 활동한다.
강박적인 창조욕이 자유의
표현이라는 망상에 젖어서.
“과잉행동, 노동과
생산의 히스테리는 바로 극단적으로 허무해진 삶, 벌거벗은 생명에 대한 반응이다.”_한병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것을 처리하려고 하지 않는다.”_마르틴 젤
절대적 권력의 망상을
쫒지 말고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몸을 맡겨야 한다.
21세기에는 행동뿐
아니라 “그렇게 놓아두기”도 적절하고 타당하다.
그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이 책은 향락
노동이 지니는 깊은 양가성을 조명한다. 향락이 소유, 금욕, 세속화, 기술-의학적 진보와의 관계를
알아보고
성과 사회에서 강요된 자유, 자유로운 강제의 배경을 추적하고자 한다.”_스베냐 플라스푈러
향락노동자라 표현한
현시대의 노동자에게 위로와 경각심을 주어, 현 상황에서 벗어나 ‘놓아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에 자신을 맡기라는 이야기가 주제인데,
197페이지 속에
담긴 그녀의 글이 지적인 것은 알겠다. 얼마나 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인용했는가?
그러나 매 단락마다
인용된 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부연설명은 명쾌하지 못하고
다소 거칠게 느껴져서
한번에 이해가 어려워 여러번 읽어야 파악이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또한 대한민국 정서로
느낄때 지나치게 직설적인 성적표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한 부분도 있다.
‘경쟁 사회에서
자유와 행복을 찾아서’ 라는 부제는 나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경쟁사회의 현 상황을
머리, 가슴, 복부, 몸통, 손발로 잘게 나누어 철학자,사회학자,기자,작가,
의학자 들을 통해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디테일하게 분석해 놓았지만, 그래서 문제를 제시하고
자유와 행복을 찾는
방법이 자신이 향락노동자임을 알고 자신을 ‘놓아두라’ 고 말한다.
스베냐 폴라스푈러, 그녀와 함께한 여행에서 그녀는
나의 모든 문제를
까발려서 온 집안을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 놓더니,
조직에서 나를 ‘놓아둘
수’ 있도록 돕지 않자 내가 스스로 조직을 버리고 홀로
남겨진 모습을 보고는
“자 이제부터 너
자신을 믿고 일을 위해 너를 희생하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자유와 행복을 누려라”
멋지게 한마디 던지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덩거러니 나는 멍때리며 서 있다.
머리속에는 칸트, 플라톤, 프로이트, 니체….
이미 세상속 사람이
아닌 분들의 말들이 위로를 주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