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여행자 1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어느날 라디오를 듣다가 작가 김영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름지기 글쟁이는 글로 말하는 법.
그러나 그는 동료들도 인정하는 대단한 수다쟁이같다.
실제로 라디오 속 그는 나이 40이 넘었지만
마치 10대의 감성을 가진 50대 아줌마처럼 떠들고 있었다.
언젠가 미니 콘서트장에서 본 김수철이 생각났다.
이런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이 세상이 원하는 대로 점잖빼고 살고 있어 속의 끓는 피를 어찌 다스려야 할지 골머리 썩히는 겉만 어른된 자들의 특권이다.
언제나 구름위를 걷는 듯한 그들이야말로 '차분'의 진정한 깊이를 알고 있을 지도...
 
김영하의 [여행자]는 모두 8편이 나올 예정이라는 데, 그 첫번째 여행지는 바로 하이델베르크다.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이 책은 단편소설에 여행기, 사진, 카메라 리뷰 등이 모두 들어있다.
그러나 그는 글쟁이이다. 그것도 책을 아주 많이 읽은 글쟁이.
그가 흡수한 글만큼이나 이 책은 그 모든 것이 나름의 감성의 지도를 따로 질서정연하게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무언가 쓸데없는 복합과 모순에 빠질 틈조차 주지 않게 만든 깔끔한 책이다.
사실 이 점은 가장 좋은 점이긴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왠지 '소설을 읽는 듯 했는데, 어느새 자기 여행기가 되더니 짧은 사진집이 되었다가 소설로 돌아왔다가...' 뭐 이런 보기좋은 환타지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진에 중점이 가있는듯한데 소설이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떻든 재미있고 좋고 쉬운 책이다.
음악을 들으며 읽다보면, 누구나 쉽게 '차분', '관조', '평온'이 일관되게 느껴진다.
나도 어딘가 여행을 다녀오면 이렇게 테마를 가지고 한권씩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죽음'을 생각한 것 같다.
'죽음을 생각하기 좋은 도시', 그가 본 하이델베르크다.
그 죽음은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는 야외 카페에 조용히 앉아 책 한권을 읽고 있는 것만큼 차분하고 고요해보인다.
죽음을 생각하기에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착각할지도 모를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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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2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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